이재용 만나는 손정의, ARM 매각이냐 지분투자 유도냐 자금확보 절실한 소프트뱅크, M&A와 IPO 저울질…뉴욕·런던 상장처도 고민
원충희 기자공개 2022-09-23 11:27:36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2일 13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온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중남미와 영국에서 15일간의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하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소유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이 원매자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려는 것과 관계된 얘기다.
시장에선 손 회장의 제안이 인수합병(M&A)만이 아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자국주의 벽에 부딪혀 엔비디아에 매각하려 시도가 무산된 상태다. 자금확보를 위해 증시 상장(IPO)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구주인수 및 지분참여 제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저전력 반도체 특화 ARM, 스마트폰 AP 역량강화 '지름길'
영국 ARM의 주주는 지분 75%를 갖고 있는 소프트뱅크와 나머지 25%를 보유한 비전펀드다. 비전펀드가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소유구조 최상위에는 손 회장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약 40조원)를 들여 지분 전액을 인수했다.
1990년 영국 에이콘컴퓨터와 VLSI, 애플의 합작으로 설립된 곳이다. 에이콘컴퓨터에 소속된 12명의 엔지니어가 주도해 만든 반도체 설계기업으로 전자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주력으로 삼았다.
그 당시 CPU의 강자였던 인텔과 달리 소비전력 최소화(저전력)로 차별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엑시노스), 퀄컴(스냅드래곤), 애플(A시리즈) 등이 ARM이 디자인한 설계도(IP)를 바탕으로 개발된 칩이다.
저전력 반도체에 대해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역량을 가져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AP(Application Processor)에 큰 경쟁력을 가졌다. 삼성전자가 ARM 인수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유도 시스템LSI의 AP 개발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는 코로나19 영향과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관련 투자손실을 메우고 주주 달래기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2020년부터 ARM 매각을 타진해 왔다. 그 해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400억달러(약 47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영국, EU, 중국 등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공동인수보다 IPO 가능성 더 높게 보는 시각도
국내에선 SK하이닉스가 인수단을 꾸려 M&A에 참여하겠다고 공표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 부회장이 이번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제안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손 회장이 내달 방한할 때 삼성뿐 아니라 SK 측도 만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손 회장의 제안이 공동인수일지, IPO 참여로 지분 일부를 떠가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M&A는 단독인수가 독점우려로 거의 불가능한 터라 원매자들은 공동인수로 방향을 돌렸다. 문제는 기밀보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은 ARM의 설계를 가져다가 자기 입맛대로 변형해 칩을 만드는데 공동인수로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주주로 들어가면 설계단계에서 기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동인수는 사실상 적과의 동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IPO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시각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2년 전 ARM 매각 불발 후 IPO도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말까지 ARM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기술 해외유출을 우려한 영국 측이 런던증시 상장을 소프트뱅크에 제안한 점도 변수다.
소프트뱅크로선 ARM을 통해 손실을 만회할 자금 확보가 우선인 만큼 M&A든 IPO든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 중이다. 일단 뉴욕증시 상장을 최우선으로 하되 런던증시, 매각 등을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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