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불발된 분사, 주주가치 훼손과 글로벌 전략 사이 팹리스·파운드리 분리시도는 의미 있어, 삼성 시스템LSI 분사 단초될 수도
김혜란 기자공개 2022-09-29 13:56:56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7일 13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하이텍이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 사업부 분사를 시도했던 데는 종합반도체기업(IDM)들의 공통된 고민이 담겨있다. 세계적 파운드리(위탁생산)인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 반도체 설계사업부(시스템LSI)를 내부에 두고 있어 고객사인 팹리스와 경쟁한다는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대만의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TSMC와 제대로 경쟁하기 어렵다고 지적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파운드리를 키우려면 팹리스는 떼어내는 게 전략상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DB하이텍의 팹리스 분사가 계획대로 마무리됐다면 삼성전자 팹리스 부문인 시스템LSI 사업부 분할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을 수 있다.
DB하이텍은 지난 27일 "파운드리와 브랜드사업 각각의 전문성·경쟁력 제고를 위해 검토해왔던 브랜드 사업부 분사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일반 주주 보호를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속 추진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8인치(200mm) 파운드리 사업이 주력이지만 내부 브랜드사업부를 통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외주설계 사업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 파운드리 여부가 중요한 것은 파운드리의 고객사가 팹리스이기 때문이다. 한 회사 내에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붙어있으면 고객사 입장에선 설계도가 '경쟁사'에 유출될 것을 우려하며 위탁생산을 맡기기 부담스럽다. TSMC가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운 덕분이다.
DB그룹 측도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는 물론 팹리스의 고객사·제품군 다변화를 위해 서로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운드리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물적분할과는 다르다는 게 회사 측의 논리였다.
또 브랜드사업부의 현재 주력인 액정표시장치(LCD)용 DDI는 고부가가치 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브랜드사업부를 떼어내면 DB하이텍의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으나 여론에 부딪혀 성장전략 추진이 무산된 셈이다.
시장 일각에선 DB하이텍의 팹리스 분사가 성공하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분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이 그림도 어그러졌다. SK의 경우 일찌감치 파운드리를 자회사로 떼어냈으나 DB하이텍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내부 사업부로만 나눠져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LSI 사업부가 독립해야 고객사가 파운드리에 믿고 물량을 맡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으나 소액주주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브랜드사업부 분할을 계기로 파운드리가 점프업 할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며 "투자수익 실현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소액주주 반대에 부딪혀 중단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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