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15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조1000억원이 오갈 뻔했던 IFC 딜은 수포로 돌아갔다. 매도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은 딜 파기의 책임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있다며 이행보증금 반환을 거부했다. 미래에셋은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요청하며 맞불을 놓았다.이번 딜 파기로 묶인 보증금은 공교롭게도 2000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액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0년 아시아나 인수에 합의했지만 딜 클로징을 차일피일 미뤄 최종 인수에 실패했다. 모빌리티 그룹을 꿈꿨던 HDC는 보증금을 돌려 받기 위해 치열한 소송전을 치뤘다.
재판부는 2년 만에 아시아나의 손을 들어줬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의 거래종결 요청에도 불구하고 의무이행을 거절했다고 판단했다. 인수 계약은 해제 통보를 통해 적법하게 해제됐고 보증금은 아시아나에 귀속됐다고 봤다.
'브룩필드 대 미래에셋'도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은 리츠 영업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금 전액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양해각서(MOU) 계약조건을 내세울 전망이다.
이에 반해 브룩필드는 미래에셋이 조달 방안으로 내세운 리츠 인가를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납입 기한을 수차례 연기한 미래에셋에 귀책 사유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대형 인수합병(M&A)의 경우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고 보증금 액수가 크다보니 많게는 수십개의 약정조항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트위터 대 머스크'의 경우 여러 법리가 맞붙은 탓에 재판부가 심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양 측은 총 300쪽이 넘는 반소와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라웨어 법원은 10월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머스크가 트위터를 최종 인수한 후 사건을 종결했다.
위 사례를 보면 최초 인수 의사를 철회한 원매자가 대체로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 대형 M&A 딜을 추진하는 기업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법조계에선 M&A 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매수인이 스스로 계약상 약정사항을 위반했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약정사항은 중대악화사유(MAE)와 특정이행(Specific Performance) 등이다. 원매자가 구매자의 후회(buyer’s remorse)라는 함정에 빠질 경우 막대한 역분할 수수료(Reverse Break-up Fee)를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실사(Due Diligence)의 중요성은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동산이든 경영권 인수든 딜 파기는 기업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힌다. 양 측이 책임소재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는 동안 법원 밖에선 입장문과 해명자료가 난무하고 여론전이 펼쳐진다.
브룩필드와 미래에셋은 매도인과 매수인으로 만났지만 서로 등을 돌렸다. 이 스토리가 어떤 엔딩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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