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30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 무산으로 떠들썩하다. 총 거래금액이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빅딜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경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됐다. 위기를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일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만약(IF)'의 영역이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면 이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12월말 1차입찰을 진행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면, 3차입찰까지 해도 짧은기간 내에 이뤄졌다면 인수자는 자금조달을 마무리하기에 훨씬 유리한 환경이었다.
올 2월초 부동산투자업계 관계자로부터 작년 하반기 매물로 나온 서울 내 대형 오피스빌딩 거래가 최종 무산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금리가 점차 오르면서 지분(Equity) 투자자의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이 대출총량을 제한한 점도 있었다. 당시 빌딩 매입을 위한 담보대출의 선순위 금리는 '4% 수준'이었다.
세계 최대 부동산운용사로 불리는 브룩필드의 전문가들, 글로벌 최상위 부동산자문사 이스트딜시큐어드의 베테랑이 이런 시장 상황을 모르지는 않았을 터. 더 큰 이문을 남기려는 과도한 욕심이 냉철한 판단을 가로막았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브룩필드는 올 3월과 4월에 IFC 매각 2차, 3차 입찰을 실시했다. 매각금액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미래에셋과 브룩필드 모두 반년 넘는 시간 동안 지쳤겠지만 서로 극적인 합의를 할 게 아니라면 아직 멈추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더 크게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둔 치열한 다툼에서 양측 모두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국제 중재·소송 전문 변호사는 한 국가의 기업이 글로벌 최상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분쟁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이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며 당당하게 살아남은 게 그 예라고 했다. 글로벌 톱티어를 노리는 미래에셋으로서는 그룹의 미래를 생각할 때 피할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되는 분쟁이다. 중국 안방보험과의 소송처럼 필승의 의지를 다져야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브룩필드 입장에서는 미래에셋의 공세를 어떻게든 막아야 자존심이 산다. 여기서 밀리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룩필드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글로벌 운용사들이 각종 경쟁에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 중재가 끝나는 순간에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그 이후도 중요하다.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는 훗날 IFC 거래 무산에 대한 더 냉정한 평가가 가능할 텐데, 그 시점에는 미래에셋과 브룩필드 중 어느 일방에게 '나쁜 일이었다'고 단언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또 그렇도록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도 기업의 능력이다. 재계와 투자업계에 그런 사례가 없는 게 아니며 최근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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