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리비아' 넘어 '이라크'로 [다시 뜨는 중동 허와실]재투자로 털어낸 악성채권, 기술 수주 전략 눈길
전기룡 기자공개 2022-10-21 07:31:22
[편집자주]
중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 건설사들에게 '수주 텃밭'이었다. 국내 건설업계가 세계에서 수주액 2위로 거듭난 배경에는 중동발 오일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경 저유가 충격으로 인한 '중동 쇼크'가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자 국내 상당수 건설사가 현지 부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 중동 시장에서 최근 들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건설사들이 너도 나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중동 시장 리스크는 과연 사라진 것일까. 이를 짚어보고 각 건설사별 주요 프로젝트 실황은 어떤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9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은 오일쇼크 이후 범중동으로 통하는 '메나(MENA)' 지역을 전략적으로 공략한 건설사다. 산유국들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자 리비아와 수단 등을 거점 국가로 삼았다. 현재도 해외에 지사가 있는 국가는 리비아와 이라크를 포함해 알제리, 싱가포르 정도다.리스크가 산적한 중동이기에 부침을 겪기도 했다. 1990년대 받지 못한 공사대금은 오랜 기간 악성채권으로 분류됐다. 2010년대 중반에도 그간 성행했던 출혈 수주의 역풍을 맞았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최근 '기술력' 앞세워 중동 시장 수주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텃밭으로 삼게 된 게 바로 이라크다. 전통 시장을 넘어 새로운 지역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우건설 전통 수주 텃밭 '리비아'
리비아는 대우건설의 해외 개척기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국가다. 대우건설은 1978년 2월 '가리우니스 의대 신축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내 건설사 중 리비아에 처음 진출했다. 제2차 오일쇼크가 발발하기 직전에 이뤄진 쾌거였다.
본격적으로 오일머니가 리비아에 유입되자 일감이 쏟아졌다. 당시 리비아는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상회할 정도로 호황기를 보내고 있었다. 대우건설은 교육성이 발주한 대규모 학교 건립 사업을 비롯해 1980년대 리비아에서만 130건, 7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유가가 정상화되는 1990년대를 맞이하자 중동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졌다. 대우건설이 1990년대 기록한 해외 계약액 129억달러 가운데 중동 몫은 19억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이 때에도 리비아는 중동 계약액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리비아에서 항상 호재만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유가 하락 후 리비아 정부의 지급 여력이 떨어지면서 공사대금 납부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로 인해 미수금 2억3000만달러는 오랜 기간 악성채권으로 분류됐다. 당시 대우건설이 보유한 자본금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대우건설은 미수금을 전액 돌려받기 보다 재투자하는 방법을 택했다. 2007년 약 1억달러를 출자해 'Daewoo Tripoli Investment&Development Co.'를 설립한 배경이다. 대우건설은 해당법인을 통해 36층, 360실 규모의 5성급 '리비아 트리폴리호텔' 공사를 따냈다.
지금은 리비아에서 추가 수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1년 발발한 제2차 리비아 내전의 영향이다. 2014년에는 리비아가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돼 현지에서 철수해야 했다. 최근 정세가 안정화되면서 리비아 정부 및 산하기관과 논의가 시작된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국제금융위기 후 발발한 '중동 리스크'
대우건설은 리비아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휩싸이자 새로운 수주 텃밭을 발굴하는데 매진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1990년부터 꾸준히 개발사업이 나온 베트남을, 중동 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를 각각 공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젯다 살만베이 주택공사'와 '자잔 성유시설 및 터미널 패키지'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아부다비 정유회사가 발주한 13억달러 규모 '루와이스 정제소 증설 프로젝트'를, 이라크에서는 8억달러 규모 '알 파우 서쪽 방파제' 공사를 수행했다.
대규모 토목·플랜트 사업이 주를 이뤘던 만큼 실적에 기여하는듯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출혈 경쟁을 펼쳤던 중동 사업장 위주로 리스크가 확대됐고 2015년부터는 공기도 지연됐다. 결국 대우건설은 2016년 연결기준으로 467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봤다.
대우건설이 KDB산업은행 관리 하에 해외사업을 줄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정상화를 통해 대우건설을 매각해야 했던 KDB산업은행으로서는 수익성에 집중해야 했다. 그 결과 KDB산업은행 체제 전 37%가량을 차지했던 대우건설의 해외매출 비중은 전년 기준 20%로 점차 축소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우건설은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기술력'에 중점을 둔 수주전략을 펼치고 있다. 거가대로에 침매공법을 제작해 시공한 '가덕해저터널'을 바탕으로 이라크 '코르 알 주바이르 침매터널'을 단독 수주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가덕해저터널의 기술력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관계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이라크는 대우건설의 새로운 수주 텃밭으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전후로 침매터널을 포함해 이라크에서 수주한 규모만 9건, 31억달러다.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잔고 가운데 중동 시장이 가장 높은 비중(40%)을 차지할 수 있던 원동력도 이라크이다. 또한 2008년 수주한 'BOUGHZOUL NEW TOWN(267억원)'을 제외하고 미청구공사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가 이뤄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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