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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매크로 리스크 점검]'강달러·경기침체' 은행 영업전략 수정 불가피④기업 경영환경 악화로 '중기·소호' 기업대출 위주 전략에 난항

고설봉 기자공개 2022-10-27 07:20:47

[편집자주]

은행을 중심으로 호황기를 구가했던 금융지주사들이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다. 최근 몇 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대출자산을 늘리며 초고속 성장해왔지만 글로벌 긴축 모드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와 인플레이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등에 따른 리스크는 과거보다 크고 다양해졌다. 더벨은 매크로 환경 변화에 대응해 각 금융지주사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는 금융지주사에 있어 직접적인 리스크 요인은 아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과 운용 등이 직접 영향을 받는 데 비해 달러와 경기 등 거시지표의 변동성은 이차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은행업으로 국한하면 강달러 현상은 다른 주요 리스크 요인에 비해 영향이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지주 차원의 해외사업도 현지 조달과 운용이 잘 짜여진 만큼 환차손 이슈도 크지 않다. 일부 비은행 계열사들에 대한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총자산 가운데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최근 드라이브를 걸어온 영업전략 차원에서 보면 위기감은 높아진다. 결국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는 돌고돌아 은행의 여신성장전략과 대출자산 관리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다. 거지지표의 변화가 내년도 사업전략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강달러에 지친 경제…성장률 빠지고 물가 오르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0%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직전 전망 당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8% 포인트 내린 데 이어 3개월 만에 재차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우리 정부 전망치 2.5%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 2.3%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 한국은행 2.1% 대비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종전 전망치(2.9%) 대비 0.2%포인트 내린 2.7%로 전망했다. 내년부터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성장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차례나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전 세계 33%의 국가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위기 상황이 장기화한 데 따른 진단이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높다.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4.0%에서 5.5%로 1.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 전망치 4.7%는 물론 ADB(4.5%), OECD(5.2%), 한국은행(5.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전망대로라면 올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IMF는 내년에도 3.8%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물가와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강달러와 경기 침체 등 각종 위험요인이 우리나라 경기 하방 위험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 부분에서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실업 증가 등 향후 전망도 우울하다. 기업경영 환경도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재정적자 축소와 중기 재정건전성 확보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과 고용확대를 위한 정책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위협받는 기업대출 위주 여신성장전략

기업경영 환경 위축이 예상되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내년도 경영전략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장 지난해 말부터 드라이브를 걸었던 기업여신 확대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기업금융이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던 가계대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러한 현상은 전 은행권을 통틀어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맞물린 바젤Ⅲ 조기도입 영향 등으로 기업여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가계빚' 폭증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지난해 1분기부터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매월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상 넘지 않기 위해 신경써야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은행 모두 당국의 대출 증가율 권고 하한인 5%를 모두 넘기지않기 위해 인위적인 대출자산 증가를 막았다.

또 2020년 말 당국이 조기 도입한 바젤Ⅲ에 따라 각 은행들은 기업여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지난 2010년 고안한 규제인 바젤Ⅲ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기 도입됐다.

바젤Ⅲ 조기 도입으로 각 은행들은 기업과 가계 대출 비율을 맞춰야 했다. 기준에 맞춰 신규 여신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하는 허들이 주어졌다. 각 은행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기업대출을 전체 대출자산의 55% 이상까지 높여야했다.

각 은행들은 기업대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KPI도 전면 수정해 가계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이와 함께 각 은행들의 대기업, 중소기업, 소호(SOHO) 등 여신은 큰 성장을 보였다. 동시에 가계대출은 일정 수준의 성장률만을 유지했다.


실제 2019년 말 이후 2020년 말과 2021년 상반기 말, 2021년 말 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1년 상반기 말부터 기업대출이 본격적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것을 볼 수 있다. 2020년 말과 2021년 상반기까지 은행들의 대출자산 성장을 이끌던 가계대출 성장률은 둔화하고, 이 시기부터 기업대출이 은행들의 자산성장을 주도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단순 합계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 말부터 기업대출 증가율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 말 대비 지난해 상반기 말 5대 은행 원화대출금 증가율은 14.56%를 기록했다. 증가액은 165조8697억원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여신은 소호대출이다. 같은 기간 증가율은 19.32%로 증가액 기준 46조2604억원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중소기업대출이 18.19%를 기록했다. 증가한 여신금액은 80조7436억원(소호 포함 중복)이다.

지난해 말 기준 소호와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다. 2019년 말 대비 지난해 말 5대 은행 원화대출금 증가율은 19.30%였다. 금액으론 219조7892억원이다. 같은 기간 증가율 1위는 소호대출로 25.19%를 기록했다. 증가액은 60조2988억원이다. 뒤를 이어 소호를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이 24.65% 증가했다. 금액 기준 109조4454억원이다.

올 상반기 이러한 추세는 더 노골화됐다. 5대 은행 전체 원화대출금 증가율은 21.96%이었고, 증가액은 250조60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은 중소기업대출로 31.13%의 증가세를 기록됐다. 증가액은 138조1999억원이다.

뒤를 이어 소호대출 증가율이 29.82%로 집계됐다. 늘어난 금액은 71조3897억원이다. 더불어 그동안 큰 성장을 보이지 않던 대기업대출도 올 상반기 증가율 26.10%를 기록했다. 반년만에 큰 폭의 성장세를 이뤘다. 증가액은 18조477억원이다.

반면 가계대출은 지난해 상반기를 변곡점으로 저성장 기조로 돌아섰다. 2019년 말 대비 지난해 말까지 16.09% 성장했던 가계대출은 올 상반기 기준 성장률이 오히려 14.55%로 낮아졌다. 은행들이 정책적으로 가계대출을 줄이고 있고, 고금리로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기업대출에 의존해 성장세를 유지하려던 은행들에 있어 최근 경기 상황은 리스크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최근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여신에 대한 리스크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상황 에서 소호와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렸다.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와 기업대출 위주 자산성장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 등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대출자산 부실 위험은 항층 더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기업대출 위주 성장 전략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의 기업대출자산까지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외형성장과 내실강화 두 측면 모두에서 은행들에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농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달러강세 및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라 내년 기업들의 투자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전성 관리를 위해 코로나19 관련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대출의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고 연체우려가 있는 차주들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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