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아리송한 SM엔터 투자…복잡해진 M&A 셈법 사업 시너지 방점, 과도한 해석 선 긋기...백기사 여부 상관없이 영향력 행사 전망
김슬기 기자공개 2022-11-02 10:42:21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1일 13: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게임사 컴투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입을 공식화했다. 지난달에만 SM엔터 지분 매입에 7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컴투스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2900억원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총차입금 규모는 1900억원대여서 지분율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당장 컴투스는 SM엔터의 백기사 역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투자금액이 상당한만큼 단순 투자는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컴투스의 지분 투자가 내년 3월 열릴 주주총회를 고려한 행보라면 SM엔터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권 매각은 사실상 연내에 이뤄지기 힘들어보인다.
◇ 컴투스, 700억 쏟은 SM엔터 투자…사업 시너지만 고려했나
1일 컴투스는 지난달말 기준으로 SM엔터 주식 99만여주, 약 4.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대략 600억원대 후반 정도로 추정된다. 컴투스 측은 "SM엔터의 현재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고 향후 성장가치가 높다고 판단으로 이번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른바 '백기사' 등 주주총회에서 특정 방향 의결권 행사를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며 이와 관련해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백기사는 기업간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경우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주주를 뜻하는 말이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엔터를 향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일 수 밖에 없다.
다만 투자금이 700억원에 육박하는만큼 사업 시너지만 보고 투자했다기에는 규모가 상당하다. 통상 사업적 협력을 위한 투자라면 양사가 합의해 지분을 교환하거나 기존 주주의 지분을 블록딜(시간외매매)하는 방식을 택해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업무협약(MOU)도 선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컴투스가 장내에서 수일에 걸쳐 지분을 매입했다.
컴투스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향후 논의를 통해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해 각 사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지분 투자는 했지만 양 사가 사업적 시너지를 어떤 식으로 낼지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향후 컴투스가 SM엔터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도 있지만 대규모 매집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컴투스 상반기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2910억원, 총차입금은 1930억원이다. 순차입금 규모는 마이너스(-) 980억원이다. 최근 1~2년새 다수의 M&A를 진행, 현금성자산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만큼 추가 매입은 쉽지 않다.
◇ 미궁 빠진 SM엔터 M&A, 장기전가나
컴투스의 지분 확보로 SM엔터의 M&A는 더욱 미궁에 빠졌다. 추가적인 주요주주가 등장한만큼 이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권 매각은 당장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원매자가 최대주주의 지분율인 18.46%를 전량 가져가더라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추가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경영권 인수를 논의했던 CJ ENM이나 카카오나 인수 의지는 컸으나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아 최종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컴투스가 이 총괄 프로듀서의 백기사라면 향후 원매자는 태그얼롱 조항에 의해 컴투스가 보유한 지분까지 함께 사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이미 SM엔터는 지난해 5월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사업제휴 및 지분투자 관련 다각적인 논의를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내용도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유력 원매자로 떠올랐던 카카오와 CJ ENM 모두 SM엔터 지분 인수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4월 SM엔터에 대한 지분 투자 검토는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얼라인파트너스가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하는 상황도 M&A 원매자에는 부담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주주제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보고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컴투스가 확보한 지분이 4%대인만큼 이 총괄 프로듀서든 얼라인파트너스든 어느 쪽에 서더라도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SM엔터 경영권 매각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만큼 최대주주인 이 총괄 프로듀서의 진성 매각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컴투스까지 등장한만큼 어떤 기업이든 SM엔터 인수에 대해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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