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04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카드는 이제 병원에서 갓 퇴원한 환자로 아직 기본 체력은 부족한 점이 있다. 보수적 측면에서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은 2005년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음해 경영계획을 밝혔다. 카드사태 이후 약 3년만에 경영이 정상화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당시 삼성카드는 LG카드, 현대카드 등과 치열하게 점유율 경쟁을 펼쳤다. 영업강화로 경영 방침을 선회할 법도 했지만 유 전 사장은 단호하게 자산 확대를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전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장 등을 지낸 재무통으로 삼성카드 회생의 특명을 받고 2003년 선임됐다. 그의 지휘 아래 삼성카드는 2009년까지 6년동안 내실 경영에 집중했다. 업계 최하위였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업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왔고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도 업계 평균 수준까지 개선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안정적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유 전 사장의 퇴임 후 11년 지난 2020년 김대환 현 삼성카드 사장이 취임했다. 김 사장과 유 전 사장은 닮은 점이 많다. 유 전 사장은 삼성생명 사장을 지내다가 삼성카드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 사장도 삼성생명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역임하다가 삼성카드로 왔다. 삼성생명 측 인사가 삼성카드 사장으로 선임된 사례는 유 전 사장 이후 김 사장이 유일하다. 김 사장도 2010년 삼성생명 경영지원실 상무에 선임된 이후 약 10년간 재무관리를 전담해온 재무 전문가다.
무엇보다 위기 극복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약 2년동안 카드업계는 넘치는 유동성의 혜택을 누려왔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단기차입금을 늘리며 조달 비용을 줄여 나갔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장기 위주의 보수적 조달 기조를 유지했다. 취임 이후 끊임없이 강조해온 내실 경영의 일환이다. 올해 1분기까지 단기조달비중은 0%였고 상반기말에도 1.62%에 그쳤다.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3분기말 기준 만기가 2년 넘게 남은 차입금의 비중은 58.8%에 달한다. 자본시장 위기가 심화될수록 삼성카드의 안정적 만기구조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유 전 사장은 삼성카드의 최장수 CEO 중 한 명이다. 경영정상화 및 성장 기반 마련의 성과를 인정받았고 퇴임 후에도 삼성토탈 등에서 CEO직을 이어나갔다. 김 사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5개월 가량 앞두고 있다. 김 사장이 유 전 사장과 계속 같은 길을 걸어 갈 수 있을까. 키워드는 내실경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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