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08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olmen of Guadalperal(과다페랄의 고인돌)' 가뭄에 호수가 바짝 마르자 7000년 전 제작된 고인돌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인 서부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서 발견된 이 고인돌은 1926년 독일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됐지만 댐 건설로 물이 차면서 다시 세간에서 잊혀졌다.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역에서는 기원후 69~79년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 시대의 요새,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네로 황제 시절 건립된 다리가 발견됐다. 전세계를 고달프게 만든 500년만의 최대 가뭄이 인류의 아름다운 유산과 유적을 끄집어 내 생명을 다시 불어 넣었다.
반대로 숨기고 싶은 추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포 강(Po river)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했던 화물선과 독일 나치당의 군용차, 대형 폭탄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강바닥의 드럼통에 박혀 있는 시신이 발견됐다. 풍부했던 물이 사라지면서 아름다움과 추함 모두가 드러난 셈이다.
자본시장에서도 범람하던 유동성이 걷히자 아우성과 환희가 교차하고 있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금융회사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A 증권사는 기업들이 잠깐 맡긴 돈을 돌려주지 못해 분쟁이 시작됐다는 전언이다. 단기 자금을 받아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장기 채권을 매입, 채권 평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머니마켓펀드(MMF)와 비슷한 상품에 잠시 돈을 맡겨 놨는데 손실을 보고 돈을 돌려받는 셈이다. 자산과 부채 만기를 관리하지 못한 시스템 리스크다.
B 증권사는 부동산 PF 관련 영업이 아예 멈췄다. 본 PF와 브릿지론 대출은 물론이고 ABCP를 유동화하는 구조화 부서마저 직격탄을 맞았다.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 결과다. 이 역시 리스크 관리 실패로 B 증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증권사가 겪고 있는 일이다.
C 증권사 IPO 주관 부서는 죽을 맛이다. IPO를 주선하며 투자자들에게 풋옵션을 제공, 주가가 하락하자 대규모 손실 위기를 맞았다. D 증권사 역시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식은 쉽게 헤지(hedge)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허술하게 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와중에 빛난 증권사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10분기째 순이익 1000억원을 달성했다. 모든 증권사들이 반토막 난 성적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성과가 좋아진 경우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올 상반기부터 메리츠의 채권운용 전략은 탁월했다. 금리상승기에 체계적으로 대응, 오히려 채권에서 이익을 봤다는 건 다른 하우스가 충분히 되새겨 봄직한 일이다. 성과에 입각한 철저한 보상주의가 시스템으로 안착, 위기에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모두가 어려울 때 그나마 잘 버틴 하우스 중 하나다.
하우스의 성과든, 시장의 유동성이든 늘 사이클은 있다. 핵심은 그 사이클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대처하는가이다. 유동성 가뭄에 약점이 드러나면 지체없이 보완하거나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사이클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다시 차오르면 그 기회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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