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1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 한국지점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CS 글로벌 본사는 위기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과 투자은행(IB) 부문의 사업 강화 등을 공표했다. 한국지점 역시 글로벌 본사의 발표와 맞물려 시장의 우려를 덜어내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하게 움직였다.CS는 국내 IB업계에서 '잘 나가는' 하우스 중 하나로 꼽힌다. 인수합병(M&A)·기업공개(IPO) 시장의 빅딜에서 자문사로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글로벌에서 제기된 위기설은 별 탈 없던 한국지점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발생한 리스크였다. 하지만 한국지점의 베테랑들은 노련하게 대처했다. 신규 딜을 지속적으로 수임하며 고객사들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내부의 동요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CS 한국지점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진다면 병사뿐 아니라 장군까지도 성을 버리고 도망간다. 진실로 무너질 상황이 아닌데도 겁에 질려, 또는 유언비어에 홀려 줄행랑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불안감도 클 법했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B 관계자들에 따르면 CS 한국지점에서 눈에 띄는 인력 이탈이 없었다. 이천기 한국 CEO, 이경인 대표를 비롯한 핵심 전문가들은 진지를 '사수'했다.
한국지점의 행보는 CS가 글로벌 각지에 보유한 지점으로 눈을 돌려봐도 두드러진다. 북미, 아태지역 등에서는 일부 인력들이 떠났다. 이는 외부에서 볼 때 위기설을 부채질할 요인이다.
CS그룹은 지난달 말 전략안 발표에서 사우디국립은행(SNB) 등 투자자로부터 40억 스위스프랑(약 5조7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또 IB부문을 독립시키고 과거 사용했던 '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보스톤(CSFB·CS First Boston)'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글로벌 본사가 공표한 방안은 위기설을 잠재우는 데 주효했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발표 내용 못지않게 한국지점 임직원들의 흔들림 없는 자세가 시장의 우려를 더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는 그룹 본사 차원에서도 기억해야 할 포인트다.
한차례 거대한 소용돌이가 지나가는 동안 CS 한국지점은 오히려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CS그룹은 IB부문에 장기적 파트너십, 제3의 투자자를 통한 투자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견조한 성과를 거두는 한국지점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룹 내에서 차지할 위상이 크게 변할 수 있는 셈이다. 아직은 숨 돌릴 여유가 없는 이유다. 한국지점의 베테랑들이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면서 많은 결과물과 권한을 얻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지켜볼 국내 IB 루키들이 큰 포부를 위한 영감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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