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15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판의 생리는 단순하다. 돈이 최고의 무기다. 입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가격이 엇비슷하면 그제야 정성적인 부분을 비교할 때가 많다. 낮은 가격을 쓰고 승리를 원하는 것 자체가 요행이다. 냉정하면서도 단순한 세계다.자연스럽게 시장의 이목은 누구 지갑이 두둑한지에 쏠린다.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플레이어는 단연 달러 기반 펀드를 가진 글로벌 프라이빗에쿼티(PEF)들이다.
먼저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만히 있어도 자금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올 초만 해도 1100원 수준이었던 원 달러 환율은 현재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달러 펀드를 갖고 있으면 과거와 비교해 20% 가까이 싸게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가격 효과뿐만 아니라 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국내 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졌다. 글로벌 PEF들은 일반적으로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을 투자 타깃으로 삼는 팬아시아 펀드를 갖고 있다.
통상 중국 투자 비중이 가장 크고 이어 일본과 한국 순이다. 하지만 최근 무역 분쟁 여파로 중국 투자가 사실상 가로막히면서 팬아시아 펀드 소진에 대한 운용사(GP)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좋은 투자처와 손쉬운 투자금 회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한국 시장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돈 냄새 맡는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글로벌 PEF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국내 거점이 있는 하우스들은 인력을 보강해 외형을 더 키우고 있다. 블랙스톤과 브룩필드자산운용, EQT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블랙스톤은 한국 금융계 거물이자 원로인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임하고 진정성을 내비치고 있다.
아예 새롭게 국내 진출을 꾀하는 곳도 있다. 세계 5대 PEF로 꼽히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국내 파트너인 EMP벨스타와 10억달러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투자 닻을 올렸다. 국내 기업 및 GP들을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 솔루션과 담보대출, 인수금융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PEF들의 투자 융단폭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딜에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결국 외국계 자본만 배 불린 IMF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불어 국내 PEF들의 진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과거 수년간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국내 PE들은 태평성대를 누렸다. 대형사들은 몸집을 더 키웠고 중형사들은 도약의 기회를, 소형사들은 안착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돈은 마르고 있고 글로벌 경쟁자들도 칼을 뽑아 들었다. 더 진심으로.
항상 위기는 기회이자 새로운 태동의 시발점이다. 강달러를 등에 업은 글로벌 PEF나 터줏대감인 국내 PEF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위기의 순간에도 항상 딜은 있었고 그 딜을 빛낸 플레이어가 있었다. 글로벌 PEF들이 절호의 기회를 맞아 다시금 국내 딜을 휩쓸어갈까, 국내 PEF들이 과거와 다른 내공으로 토종의 쓴맛을 보여줄까. 내년 M&A 시장의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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