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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한화·LG와 미묘한 온도차 이유는 ㈜한화와 한층 강력한 제휴...김동관 부회장 영향 해석

조은아 기자공개 2022-12-05 08:27:14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8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최근 LG화학, ㈜한화와 자사주 일부를 맞교환했다. 지분 맞교환은 혈맹이라고 불릴 만큼 가장 강력한 단계의 협력관계 구축으로 통한다. 그런 만큼 양쪽의 지분 맞교환 과정에는 단순 전문경영인이 아닌 그룹 오너일가의 영향이 당연히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아버지 대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부회장은 김동관 ㈜한화 대표이사 부회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과 양사의 지분 맞교환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 내용이 크게 다르다. ㈜한화와는 LG화학보다 한층 끈끈한 단계의 협력이 눈에 띄는 등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지는데 오너 일가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고려아연이 양쪽 모두와 사업제휴를 맺었지만 형태가 다르다. LG화학과는 업무협약(MOU)을, ㈜한화와는 사업제휴 기본합의서를 각각 채결했다. 계약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다소 느슨한 형태의 협력관계다. 사업제휴 기본합의서는 법적 구속력 여부는 세부 계약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MOU보다는 높은 단계의 협력으로 여겨진다.

지분의 처분제한(의무보유) 기간 역시 다르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은 상대방의 지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기간이 2년이다. 보통 지분을 맞교환할 때 의무보유 기간을 정한다. 앞서 현대차그룹과 KT가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해 자사주를 맞교환했을 땐 양쪽의 의무보유 기간이 5년이었다. 양쪽이 서로 손잡기로 한 분야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분야인 만큼 일반적 계약보다는 의무보유 기간이 다소 길다.

의무보유 기간을 두는 이유는 두 곳이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관계가 악화하거나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같은 맥락으로 의무보유 기간이 지난 뒤 상대방의 지분을 처분할 때 수량 및 주요 거래조건을 상대방에게 통지하고 상대방이 지정하는 제3자가 해당 주식의 매수와 관련해 우선 협상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고려아연과 ㈜한화, LG화학의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 권리가 3곳 모두에게 주어졌다.

다만 ㈜한화의 의무보유 기간은 LG화학보다 1년 긴 3년이다. LG화학보다 더 오랜 기간 양쪽이 묶여있는 셈이다. 사업의 성격을 볼 때 LG화학과 손잡기로 한 배터리 소재 및 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이미 어느 정도 양쪽이 사업을 함께 하고 있어 2년 정도면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한화와는 수소 밸류체인, 탄소포집, 풍력발전, 자원개발 등 4대 분야에서 맞손을 잡기로 했는데 상대적으로 갈 길이 먼 사업들이다.


양사의 차이를 오너의 영향력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LG화학은 LG그룹 계열사이긴 하지만 구광모 회장이 직접 경영하고 있지는 않다. 구 회장은 LG그룹에서 지주사 ㈜LG 대표이사만 맡고 있다.

LG화학의 자사주를 넘기는 거래에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사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반면 한화그룹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 대표이사로서 직접 경영하고 있다. 자사주 교환을 결의하는 이사회도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상대적으로 안건 자체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화가 고려아연에 넘기는 자사주 지분율만 봐도 김동관 부회장의 적극적 의지 없이는 넘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화가 보유하게 된 고려아연 지분은 1.20%밖에 되지 않지만 고려아연은 무려 ㈜한화 지분 7.41%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그룹에서 ㈜한화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양쪽 오너의 두터운 신뢰 없이는 지분 맞교환이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특히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율은 김동관 부회장의 지분율 4.44%보다도 훨씬 높다. 고려아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22.65%)에 이은 2대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반면 고려아연이 보유하게 된 LG화학 지분은 0.52%에 그친다. 사실상 경영권에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LG화학이 보유하게 되는 고려아연 지분은 1.9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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