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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원하는 건 '졌잘싸'가 아니다 [thebell note]

허인혜 기자공개 2022-12-13 07:37:26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전은 언제나 관심의 중심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맞붙지 않았지만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한일전을 고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한일전의 의미가 우리에게는 각별하다.

산업에서도 앞서나가려는 마음은 똑같다. 화제작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은 "아직 국산은 일제한테 안된다니까요"라는 첫째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듯 쏘아본다. "그래도 순양이 우리나라에선 1위"라는 위로에는 "전국체전 나갈거냐"고 반문한다.

최근 불붙은 한일전이 또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완성차' 맞대결이다. 올해는 현대차가 12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도전한 해다. 2001년부터 8년간 문을 두드렸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철수 직전이었던 2009년에는 달랑 614대를 팔았다.

그런데 재진출 첫 해에 현대차가 일을 냈다. 이달 '아이오닉5'가 한국차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올해의 차 수상목록에 올랐다. 이 상을 수여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한국차의 값을 늘 낮잡아봐왔다.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아이오닉5를 두고 '운전의 쾌감을 선사한다'는 호평을 내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완성차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결은 한일전으로 부르기에 다소 멋쩍은 감이 있었다. 일본의 압승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차가 1900년대 초반부터 쌓아온 기술력은 1950년대에야 첫 차를 내놓은 우리 기업이 넘보지 못한 벽이었다.

어깨가 견줘지기 시작한 곳은 국제무대다. 한발 앞섰던 전기차에서 재미를 봤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테슬라에 이은 2위다. 일본의 자존심 하이브리드에서도 현대차가 도요타를 이겼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직 일본 내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전과는 체급도 상황도 달라졌다. 일본 시장의 전기차의 점유율은 1% 수준이다. 전기차로 스위치만 바뀐다면 현대차가 확대할 점유율도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내연기관차를 오래 고수한들 전기차의 시대는 필연적이다.

일본에 다시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큰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몰이 중인데, 굳이 일본까지 제패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범인의 질문이라면 과연 비범인인 창업주 정주영 선대회장은 자서전에 그 답을 이미 내놨다. 고선지부지설(苦蟬之不知雪), 여름날 그늘에서 놀던 매미는 겨울 눈을 모르고 사라진다는 의미다.

29일은 현대차의 55주년이다. 미쓰비시의 기술력을 빌려 출시한 포니가 도로를 달린 지는 46년이 됐다. 일본 기업의 제자에 불과했던 우리 기업은 근 50년간 매미 대신 성실한 개미로 차근히 성장해 왔다.

인고의 시간을 거친 개미가 원하는 건 '졌잘싸'가 아니다. 그냥 이기는 것이다. 홈그라운드에서 지는 것이야말로 분한 경기가 아닐까. 완성차 한일전의 승전보, 해외에서는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중이다. 본토에 깃발 꽂기도 더 이상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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