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날이 추워져서 싫다. 더우면 좀 늘어질 뿐이지만 지금처럼 추울 때는 일상이 괴롭다. 사람들도 이상하다. 여름에는 그렇게 에어컨을 틀어대면서 겨울만 되면 난방을 조금만 해도 자꾸 덥다고 한다. 이러니 커피숍도 사무실도 어딜가도 온기가 부족하다. 모두의 체온이 비슷하다면 겨울을 나기 한결 쉬울텐데.봄이 한참 멀어 보이는 건 시장도 마찬가지다. 증시가 위축되고 투자자들은 돈을 빼면서 조달창구가 좁아졌다. 주가와 자금을 책임져야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선 고민이 많은 시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정한 내부온도 합의에 갈등이 있기는 기업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CFO는 투자자와 회사를 연결시켜야 하니까 재무제표 주석 또는 IR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는데, 회사 정책에 막히거나 실무 회계 담당자들을 장악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꽤 많죠.” 얼마 전 만난 IB업계 관계자가 귀띔했다. 정보를 얼마나 공개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에서도 서로 이해관계와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얘기다.
투자자를 끌어오고 싶어하는 입장에서는 불안 심리를 없애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보공개 수준을 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선 경쟁력 훼손, 책임 가능성 등을 걱정해서 정보를 감추고 싶어한다. 주석이 충실하지 못해 현황 파악이 어려운 재무제표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재무제표에 대한 불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외환위기 즈음부터 지적되기 시작한 부분이다. 이후 회계개혁 3법, 회계기준 표준화 등을 수차례 거쳤지만 아직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우선 기술이나 사업모델,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의 가치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신라젠을 보면 2017년 11만원대를 찍었던 주가가 항암 신약 '펙사벡'의 임상실패로 2년만에 1만원대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신라젠의 무형자산은 2016년 말부터 2019년 3월까지 360억~380억원대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최근 사례로는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이슈가 꼽힌다. 부동산 PF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자금을 유치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하는 만큼 PF 대출 부실이 증권사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만 봐서는 증권사들의 개별적인 PF 대출 규모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SPC가 단순히 종속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려진 정보가 많다는 것은 투자자로서 생각치 못한 지뢰를 밟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실적을 예측하기도 어려워진다. 안그래도 시장에 한파가 찾아왔는데 투자자들이 굳이 감수하기엔 상당한 위험이다. 불안을 녹이고 투심을 되찾기 위해선 정보공개에 대한 기업 태도도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겨울엔 히터를 충분히 틀어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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