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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나선 신평사, 애널리스트 경쟁력 공백없나 한기평, 역대 세번째 희망퇴직 실시...인사 적체 해소 vs 애널리스트 경쟁력 약화

이지혜 기자공개 2022-12-22 07:12:34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에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었다. 실장·팀장급 인력을 일반 연구원으로 좌천시키는 동시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한때 '숨겨진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옛말이 됐다.

역대 세 번째, 김기범 사장 체제 이후 두 번째 진행하는 희망퇴직이다. 김 사장이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만큼 연차 높은 인력을 줄여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자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기업과 산업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실장급 애널리스트가 방출되면 이런 경쟁력과 노하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건비 줄여 업황악화 대응

2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가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하고 현재 모회사인 피치레이팅스와 협의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기업평가는 13일부터 1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는 올해 12월 31일 기준 근속년수 15년 이상인 연구원과 사무관리직원이다.

희망퇴직금은 근속년수와 비례한다. 15년 근속했을 경우 24개월치, 21~24년 근무했을 시 30개월치의 월본봉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한국기업평가는 인사도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실장, 팀장급 인사가 일반 연구원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직원들이 16일 오후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희망퇴직 신청자와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희망퇴직금 등을 산정해 예산안을 편성, 모회사에 보고해 둔 상태다.

한국기업평가가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기업평가는 2015년, 2018년에 각각 한 번씩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눈에 띄는 점은 김기범 사장이 2017년 부임한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이라는 점이다. 김 사장이 역대 세 번의 희망퇴직 가운데 두 번을 주도한 셈이다. 이밖에 김 사장은 과거 본부장 해임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김 사장이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이 많았지만 하반기부터 신용평가 수요가 꺾였다”며 “내년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한국기업평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기준 영업비용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인건비 부담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직원의 근속연수가 늘어질수록 그만큼 급여가 상승했다.

한국기업평가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1년으로 1인 평균 급여는 연간 1억1000만원 정도다.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은 실장급인 만큼 이보다 급여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놓고 김 사장이 증권사에서의 경험을 한국기업평가에 적용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과거 김 사장은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했는데 당시의 방식을 이번에 적용했다는 의미다.

◇인사적체 해소 의도, 경쟁력 약화 우려도

이번 희망퇴직을 놓고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한국기업평가가 설립된 지 30~40년이 된 만큼 인사적체 문제도 그만큼 심화했다”며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세대교체를 단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기업평가는 7본부, 4부문, 30여개의 팀/실을 갖추고 있다. 즉 본부장이나 부문장, 실장에 오를 수 있는 인원이 50명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반면 정규직 직원 수는 160여명에 이른다.

그동안은 한국기업평가의 역사도, 직원의 근속연수도 비교적 짧아 인사적체, 세대교체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그러나 한국기업평가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업의 핵심인 평가본부, 평가정책본부 연구원도 인력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며 “애널리스트는 업력이 곧 실력인데 한국기업평가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33.5%를 차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20년 3위였지만 순위를 높였다. 물론 3곳의 신용평가사가 이 시장을 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유율 차이는 근소하다. 그러나 각 신용평가사들은 시장점유율을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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