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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메리츠의 비밀]모든 비즈니스는 '프라이싱'으로 통한다②BEP-시장가 비교후 진입, 가격 결정…"회사 이익, 사회 기여로 이어진다"

서은내 기자공개 2023-01-30 07: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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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례적인 메리츠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평가도 호불호가 갈린다. 메리츠의 혁신을 평가절하하는 경쟁 업체들도 물론 있다. 뛰어난 경영수완과 각종 성장 지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승계를 포기한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 승부수까지 띄웠다. 메리츠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현안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6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는 프라이싱으로 돈을 벌고, 프라이싱으로 사회에 기여한다."

'프라이싱(Pricing·가격책정)'은 메리츠의 경영철학이면서 모든 의사결정을 관통하는 핵심 전략이다. 메리츠의 행보는 '프라이싱'이라는 개념을 가운데 놓고 들여다보면 이해가 쉽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날마다 '계산'과 '숫자'를 강조하며 편집적일만큼 애착하는 것도 이 부분과 맞닿아있다.

메리츠가 강조하는 프라이싱은 시장가격과 메리츠의 손익분기점(BEP)을 비교해 시장 진입을 결정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시장에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세세히 찾아 분석한 후, 시장가격이 BEP보다 낮은 영역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반대로 시장가가 BEP보다 충분히 높게 거래되고 있다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진입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에게는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익을 줄 수 있다. 고객에게 이익을 주면서 메리츠는 돈을 벌어들인다. 메리츠가 제시한 가격은 경쟁업체를 비롯한 업계에 영향을 주며 전반적인 가격이 하락한다. 메리츠의 프라이싱이 회사의 이윤, 소비자 기여에 이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사회 기여로도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메리츠의 프라이싱 전략은 '데이터사이언스파트' 조직에서 잘 드러난다. 데이터사이언스파트는 메리츠가 의사결정에 있어 통계수준이 고도화된 예측 지표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본사가 위치해있다.

메리츠의 프라이싱 전략 기반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 데이터사이언스파트다. 메리츠금융 본사 26층 대표이사실 바로 옆에 데이터사이언스파트가 위치해있다. '정교하고 빠른 계산'이 실제로 일어나는 곳이다. 수학, 통계, 산업공학 등 이공계 석박사 출신의 데이터개발자들이 각종 통계 지표를 토대로 오프소스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데이터사이언스파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장기계약의 미래수익(Ultimate Profit)을 계산, 예측하는 것이다. 어떤 전략을 실행했을 때의 예상 이익을 수치화하기 위해 복잡한 수학 산식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시장의 총이익, 이자율 등을 해당 공식에 적용해 시점별 이익, 점유율, 미래이익을 도출해내고 그 계산과 검증을 반복한다.

또 계약가치를 평가에도 데이터사이언스의 전문성을 끌고 들어갔다. 보험계약의 현재가치는 미래에 거둘 보험료에서 나갈 보험금을 빼고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구한다. 다만 상품 개발 후 시장상황이 계속 바뀌다보니 이것을 반영하고 평가를 조정하는데 있어 고도의 분석능력이 필요하다.

통상 보험상품을 개발, 요율을 산정할 때 보험사들은 장기상품파트에서 구비하고 있는 통계를 활용한다. 보험업계의 관점으로 보험상품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메리츠는 이를 수학, 과학적 관점으로 접근함으로써 고도화된 통계수준을 활용해 시장 진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메리츠화재가 파격 보장을 제시하며 보장대비 낮은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철저한 계산의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계산을 정교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은 메리츠의 프라이싱이 힘을 발휘하게 하는 축이다. 또 이렇게 계산된 결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작동, 실행시킬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메리츠가 능력있는 인재들을 끌어모으는데 집중하는 것도 프라이싱 체계와 그 실행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메리츠는 시장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진입한 후 또 한번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가격을 추가로 낮추기도 한다. 서비스를 커스터마이징(고객별 맞춤화)하거나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시장을 세분화할 수도 있다. 고객을 특성에 따라 집단을 나누고 세분화된 집단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식이다. 메리츠식 효율 추구가 극대화되는 지점이다.

주력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의 경우 이익이 나지 않는 자동차보험은 과감히 버리고 장기인보험에 역량을 집중했는데 이 역시 프라이싱의 관점에서 움직인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보험은 메리츠의 BEP보다 낮게 거래됐다. 반대로 장기보험에 공격적으로 진입한 것은 시장가격이 회사의 BEP보다 충분히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동산PF 사업 역시 프라이싱 개념을 적용하면 이해가 된다. 메리츠증권과 화재는 업계에서 운용자산 중 부동산PF 비중이 특히 높다. 메리츠는 이 부분도 회사의 프라이싱 능력을 토대로 위험조정수익률(Risk-adjusted return)을 따져 시장의 기회가 좋으면 비중을 많이 가져갈 것이며 시장가격이 BEP 근처로 오면 비중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메리츠는 기본적으로 시장가격이 메리츠의 BEP보다 아래 있는 상태가 끝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가격이 BEP 이상으로 올라올 때까지 때를 기다리는 셈이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 10년만에 진입한 것이 이런 경우다. 금리인상과 함께 시장가격이 메리츠의 BEP 이상이 됐고 그 타이밍에 적절히 올라탔다.

메리츠 고위 관계자는 "질이 좋은 매출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역시 모두 과학적인 분석 결과 실행된 계약이기 때문"이라며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대비해서 날마다 예측 가정을 검증하고 오차가 발생하면 곧바로 수정하다보니 예측에 대한 오차도 거의 없고 목표한 바와 실행이 일치한 결과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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