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인사 코드]현대차 CFO, 이제 '계열사 CFO'로도 간다'CFO 출신' 김상현 원가혁신사업부장,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선임
양도웅 기자공개 2022-12-28 09:34:23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2일 13: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임원 인사로 현대자동차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차기 행선지 목록에 한 곳이 추가됐다. 바로 계열사 CFO 자리다.2000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현대차 CFO를 거쳐 간 이는 현직인 서강현 부사장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이 가운데 계열사로 이동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계열사 CFO로 이동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김상현 전 CFO가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에 선임되면서 현대차의 CFO 출신 활용법에 변화가 생겼다.
◇현대차 역대 CFO, 계열사 대표·기조실 등 '모두 영전'
역대 현대차 CFO들은 모두 영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직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전현찬 전 부사장을 제외하면, 사장과 부회장 등으로 승진하면서 계열사 대표이사나 그룹 컨트롤 타워격인 기획조정실 등으로 이동했다.
계열 분리 무렵 CFO였던 박완기 부사장은 현재는 현대다이모스와 합병해 현대트랜시스로 이름을 바꾼 현대파워텍의 대표이사로 이동했고, 박 부사장 후임이였던 김뇌명 부사장은 기아가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두 번째 대표이사로 선임돼 양사의 안정적인 결합에 기여했다.
채양기와 이정대 CFO는 각각 기획총괄본부(기획조정실 전신)와 기획조정실로 이동해 현대차뿐 아니라 그룹의 종합적인 인사와 재무 업무를 책임졌다. 채 CFO는 사장까지 올랐고, 이 CFO는 현대차 CFO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까지 올랐다. 그의 마지막 직장은 현대모비스였다. 지금은 사라진 부회장 자리는 당시 정몽구 회장의 '가신'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로 평가받았다.
이정대 CFO 후임이었던 정태환 부사장은 2009년 현대모비스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이동했다. 정 부사장은 재직 이후 사장으로 진급하지 못했지만 현대모비스로 이동하면서 사내이사에 선임돼 권한이 늘어났다. 당시 현대모비스 이사회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모두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태환 부사장 후임인 이원희 CFO는 무려 약 6년간 재직한 뒤 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차 대표이사에 앉았다. 이 CFO는 역대 CFO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차 대표에 선임된 인물이다. 뒤이어 CFO로 재직한 최병철 부사장은 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차증권 대표로 이동했다. 아직 인사가 나지 않은 가운데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현대차는 CFO 출신들을 그저 '곳간지기'로 평가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도 재무 전문가이자 리더로서 그간 쌓은 경험과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올해 임원 인사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CFO로 재직한 김상현 부사장을 현대엔지니어링 CFO에 앉히면서, CFO 출신을 계열사 CFO로도 기용할 수 있는 점을 보여줬다.
◇김상현 부사장, 계열사 CFO로 이동한 '첫 사례'...성과와 과제는
김 부사장은 선배 CFO들과 마찬가지로 2020년 재직한 뒤 전무에서 지금의 직급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신설 부서인 원가혁신사업부장을 맡아 2년간 회사의 수익성 관리를 책임졌다. 수익성 향상은 현대차가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3대 사업구조 상세 전략'의 첫 번째에 자리한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에 김 부사장을 앉혔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원가혁신사업부는 자동차 개발과 생산 단계에서 재료비와 투자비, 노무비 등 총원가 기준 목표치를 설정한 뒤 그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수립해 실행한다. 이 때문에 판매관리비보다는 매출원가 관리에 더 관련 있는 업무다.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매출원가다.
또한 신차 개발 과정에서 대내외에 발생하는 리스크 현안들을 분석해 경영진에 보고하는 업무도 맡는다. 이를 고려하면 원가혁신사업부 소속 임직원들은 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을 요구받는다.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김 부사장이 원가혁신사업부를 이끄는 동안 현대차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출원가율을 방어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고급화 전략과 E-GMP(전기차 플랫폼) 적용 등으로 올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3분기 누계 별도기준으로 매출원가율은 약 82%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김 부사장이 동일하게 원가 관리가 중요한 현대엔지니어링 CFO로 이동한 이유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3분기 누계 연결기준 매출원가율은 94%로 경쟁사 대비 열위한 편이다. 회사는 현재 수익성 강화를 위해 '자재 구매 단가 분석 및 예측 모델 구축'을 연구개발 과제로 삼았다. 김 부사장은 지난 2년간 현대차에서 쌓은 원가관리 경험을 살려 수익성 향상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더불어 올해 초 철회한 상장도 그의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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