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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인사 풍향계]장고 거듭하는 손태승 회장, 장기전 유리할까⑧ 당국 수장들 압박 강도 거세지만 부담도 커져…관치 프레임 부각도 우려

고설봉 기자공개 2022-12-28 08:52:03

[편집자주]

우리금융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손태승 회장을 중심으로 쌓아올린 지배구조에 금융 당국이 메스를 들이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이사회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손 회장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와 맞물려 우리금융 경영진 및 계열사 CEO 인사는 무기한 연기되는 모습이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가 우리금융 지배구조 안정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경영진과 CEO 인사를 좌우할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더벨은 2023년 우리금융 인사를 조망하고 그룹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7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잠행이 길어질수록 당국 수장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손 회장의 용퇴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선 그만큼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흐름을 보면서 금융권에서 조심스럽게 손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의견도 나온다. 손 회장의 잠행이 길어질수록 속이 타는 것은 금융 당국이란 논리다. 이 원장과 김 위원장이 계속해 발언의 수위를 올리며 압박해도 손 회장이 대응하지 않으면 힘이 빠진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실제 최근 당국의 강도 높은 비판과 용퇴 등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에도 손 회장은 흔들림 없이 계획된 경영현안들을 처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라임펀드 중징계와 회장 연임 등에 대한 이슈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라임펀드 중징계 관련 이슈가 오히려 묻히고 손 회장과 당국 수장들간 대결이 메인 이슈로 등장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최고경영자(CEO)인 손 회장에게 라임 펀드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엔 이 원장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용퇴 결정에 대해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라고 말하며 거취 결정을 미루고 있는 손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연이어 라임펀드 징계를 거론하며 손 회장의 용퇴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특히 당국 수장들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열렸던 지난 16일 이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우리지주 이사회가 당국이 기대한 손 회장의 용퇴 데드라인이었다는 분석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벌여야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소송을 포기하고 퇴진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당국이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손 회장은 진퇴양난에 놓였다. 이 가운데 내년 거취 표명을 예고한 손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표면적으로 당국 수장들의 공세는 손 회장을 코너로 몰아넣는 요인으로 읽힌다. 금융지주사 전반을 통제하고 검사·감독하는 당국 수장들이 손 회장의 연임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만큼 손 회장의 연임은 쉽지 않다. 설사 연임을 한다고 해도 임기를 수행하는데 부담이 클 전망이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러나 당국 수장들의 거듭된 압박은 오히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금융지주사 수장 교체기에 관치금융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후보자 선정과 핵심 후보자의 용퇴, 관료출신 CEO의 등장 등으로 관치금융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또 이러한 흐름에 대한 금융권의 반발과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이 원장과 김 위원장이 발언 수위를 계속 높일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당국이 라임펀드 중징계를 매개로 완전민영화한 우리금융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잠수함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계속해 미사일을 쏘는데 한 발도 맞추지 못한다면 오히려 미사일을 쏘면 쏠수록 불안감은 커진다”며 “잠항했던 잠수함이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지점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떠오른다면 미사일을 쏘던 쪽이 불리해진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관치금융 프레임이 깊어질수록 이는 당국에 불리하게 여론이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조건부 연임 등 카드를 들고 나오면 당국에선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손 회장은 장고를 거듭하며 다각도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연임을 추진하되 라임펀드 중징계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유죄가 확정될 경우 즉시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조건부 연임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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