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 오너십 해부]'대주주' 군인공제회…위기마다 빛난 든든한 뒷배①한국캐피탈, 22년전 충청은행 파산 이후 군공 품으로…증자·지급보증 적극 지원
이기욱 기자공개 2023-01-30 07:41:05
[편집자주]
올해에도 여신전문금융업계에는 찬 바람이 불 전망이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자금조달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기업 계열이나 금융지주 계열 여전사들보다 대주주 지원 여력이 작은 중소형사들에게 위기는 더욱 강하게 다가올 수 있다. 중소형 여전사들의 지배구조 현황과 대주주의 자금 지원 여력,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중소형 여전사들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9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캐피탈은 기업계 캐피탈사나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에 비해 규모가 작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지배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대형 LP 중 하나인 군인공제회가 22년째 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글로벌 금융위기, 조선업 불황, 코로나19 등 대내외 위기 때마다 유상증자, 지급보증 등의 지원을 실시하며 한국캐피탈의 든든한 뒷배가 돼 줬다.
◇군인공제회, 2001년 117억원으로 중부리스금융 인수
한국캐피탈의 전신은 충청은행이 1989년 설립한 중부리스다. 충청은행은 1994년 중부리스의 상호명을 중부리스금융으로 변경하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고 중부리스금융은 1996년과 1998년 각각 팩토링업무와 시설대여업 허가를 받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IMF외환위기의 여파로 충청은행이 부실은행으로 지정돼 퇴출됐고 한국캐피탈은 채권단의 관리로 넘어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13개 채권기관은 1999년 △충청은행 지분 전액 감자 △기타주주 지분 4.33대 1 비율 감자 △채무 출자전환 △채무 금융조건 완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채무구조조정안을 요구했고 합의 결과 영남종금이 중부리스금융을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영남종금이 우선 1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지분 1.18%와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후 순차적으로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새 주인으로 결정된 영남종금마저 2000년 5월 영업정지를 당했고 중부리스금융의 회생 여부는 안개 속으로 빠졌다.
구세주로 등장한 곳이 바로 군인공제회다. 군인공제회는 2001년 6월 중부금융리스의 지분 82.97%(751만주)를 주당 1561원에 인수했다. 총 인수가는 117억원 수준이며 추가로 중부리스금융이 발행한 전환사채 300억원도 전량 매입했다.
중부리스금융을 인수한 군인공제회는 곧장 상호명을 지금의 한국캐피탈로 변경하고 빠르게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의 리스 영업뿐만 아니라 신기술사업금융, 운전자금대출 채권 매입 등으로 업무 범위를 확장했고 이듬해 경남리스를 추가로 인수한 후 한국캐피탈과 흡수합병 시켰다. 경남리스와의 흡수 합병 과정에서 군인공제회의 지분율이 68.66%로 줄어들었지만 2003년 군인공제회가 전환사채전환권을 행사하며 다시 71.88%로 지분율을 높였다.
회계년도 기준 2001년(2000년 3월~2001년 3월) 6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한국캐피탈은 군인공제회에 인수된 후 이듬해 82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03년에는 234억원으로 순익 규모를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자기자본비율도 2001년 17.7%에서 2003년 29.48%로 빠르게 개선됐다.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무수익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65.4%에서 53.16%로 낮아졌다.
◇2009년 매각 시도 후 무산…핵심 계열사 육성으로 방향 선회
군인공제회와 한국캐피탈의 관계가 22년동안 늘 순탄하게 흘러온 것만은 아니다. 군인공제회는 글로벌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비주력 사업 정리의 일환으로 한국캐피탈 매각을 추진했다. 회계년도 기준 2008년 254억원이었던 한국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2009년 47억원으로 크게 축소됐고 무수익여신 비율이 6.49%에서 17.45%까지 급상승하는 등 건전성도 크게 악화됐다.
군인공제회는 2008년 12월 Bondwise Korea에 한국캐피탈 지분 71.8% 중 52.02%를 넘기는 주식매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본드와이즈 코리아는 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본드와이즈가 한국캐피탈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하지만 이듬해 본즈와이즈 코리아가 인수대금을 미납함에 따라 매각이 무산됐고 군인공제회는 매각 대신 핵심계열사 육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009년 6월 총 8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한국캐피탈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중 약 400억원을 매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4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은 대출 형식으로 이뤄졌다.
군인공제회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캐피탈의 무수익여신 비율은 2009년 17.45%에서 2010년 12.97%로 개선됐고 자기자본비율도 25.71%에서 40.05%로 높아졌다. 실적은 2011년 79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지만 2012년 102억원 순익을 기록하며 곧장 회복했다.
이후에도 군인공제회의 자금 지원은 필요할 때마다 한국캐피탈의 든든한 뒷배가 됐다. 조선업·해양업 경기 침체로 인해 금융사들이 휘청거렸던 2015년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 이후 71.88%였던 지분율은 75.6%로 증가했다.
유상증자는 2019년에도 한 차례 더 이뤄졌다. 당시 한국캐피탈은 경기변동성이 큰 산업재금융의 비중을 줄이고 소매금융 자산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2017년말 1조5819억원이었던 자산이 2년만에 2조2634억원으로 43% 증가할 만큼 외형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성장세 지속을 위한 자본 확충이 증자의 주요 목적이었다.
군인공제회는 당시 지분율 79.6%에 해당하는 증자 배정분을 모두 인수했다. 약 587억원 규모로 증자 후 지분율은 80.41%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에는 기존 3000억원이었던 신용공여한도를 5000억원으로 확대하기도 했으며 2021년에는 한국캐피탈이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전액 인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군인공제회가 한국캐피탈에 제공하고 있는 지급보증 총액도 341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1년말 2910억원 대비 17.18% 증가한 수치다.
한국캐피탈에 대한 군인공제회의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는 아니었다. 인수 이후 특수한 사업연도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왔다.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2003년 첫 배당을 실시했다. 전체 배당규모는 51억원으로 이중 군인공제회에 돌아가는 몫은 약 37억원이다. 이후 2008년까지 매년 배당을 실시했고 글로벌금융위기, 매각 이슈가 있었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에는 처음으로 전체 배당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총 109억원으로 군인공제회에 배당되는 금액은 약 88억원 수준이다. 지난 22년동안 군인공제회가 한국캐피탈로부터 배당받은 금액의 합은 약 62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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