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라임 징계 파장]판정승 거둔 KB증권 판결문 뜯어보니금감원·금융위 유죄 근거 약해져…우리은행 소송전에 유리한 영향 관측
고설봉 기자공개 2023-01-18 08:32:21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7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펀드 재판 결과 KB증권이 판정승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사안으로 행정소송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우리은행 입장에서 이번 판결문은 향후 재판 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 자료가 될 전망이다.법조계에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이 KB증권 및 전현직 임직원 중징계의 핵심 근거로 활용한 ‘KB증권 내부 조사결과 보고서’ 등 주요 증거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다. 법원은 이 자료가 임직원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12일 라임펀드 사태 관련 KB증권 임직원과 KB증권, 라임자산운용 이종필 전 부사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 제14부(김동현 부장판사)는 펀드 판매사인 KB증권 임직원의 고의 판매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과 결탁한 의혹을 받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핵심 쟁점인 ‘펀드 부실의 사전 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KB증권이 라임펀드의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해 펀드를 고의로 판매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판결문을 다시 살펴보면 금감원과 금융위 등이 제시한 핵심 증거인 ‘KB증권 내부 조사결과 보고서’로는 유죄를 판결할 근거가 부족하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그동안 금융 당국이 라임펀드 제재 과정에서 중징계 핵심 근거로 활용했던 증거가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현 판사는 판결 주문을 선고하기에 앞서 라임 사태의 배경 및 주요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 검찰이 KB증권에서 라임펀드 부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제시한 ‘KB증권 내부조사결과 보고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 변경’ 등 내용만으로는 KB증권이 라임펀드의 부실이나 부실 징후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검찰 기소 내용대로 KB증권이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를 인지한 것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라임자산운용 또는 이종필 부사장이 라임펀드 부실 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선행돼 설명돼야 하는데 이러한 검찰 측 입증이 부족해 이종필 부사장이 부실 가능성 등을 인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KB증권 내부 조사결과보고서는 2019년 1월에서 2월 경에 나도는 풍문을 확인한 수준에 그치고,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 변경도 당시 리스크 검토 만으로는 부실 징후 및 부실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여 이를 부실 인식에 대한 대응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자료 역시 이 내용만으로 KB증권이 부실이나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며, 만약 그 결과 자료를 통해서 펀드가 손실이 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펀드 제안서 등 각종 자료에 원본 보전을 약속하고 있지 않으므로 펀드제안서 등의 어느 부분을 수정해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외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A등급 채권투자, 매출채권 유동화 부분, 이해상반 고의를 가지고 펀드를 재구조화했다는 쟁점에 대해서도 모두 기재내용을 오독하거나 중요부분 오인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해상반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해 충분한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금융위로부터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위반으로 업무 일부정지 및 임직원 문책경고 등 제재를 받은 우리은행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과 금융위는 ‘우리은행이 2019년 4월경 라임펀드의 유동성 리스크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부당권유했다’는 이유로 제재 및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당시 금감원과 금융위가 제시한 핵심 증거자료는 바로 KB증권이 제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을 담은 ‘KB증권 내부조사결과 보고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 변경’ 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증거 자체가 이번 KB증권 재판에서 무력화됐다. 법원은 자료 작성자인 KB증권이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해당 자료를 전달 받은 우리은행이 부실을 인지했다고 단정하는 금융 당국의 논리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KB증권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 우리은행에 제공된 자료가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할 수 없는 자료라면, 이는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의 유동성 리스크를 인지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부당권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감독 당국의 제재는 취소돼야 할 처분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더불어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중징계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승소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반면 감독 당국은 이번 판결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이 이번 KB증권 판결을 계기로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입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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