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리더는]조용병 회장과 다른 손태승 회장의 용퇴, 임추위 영향은탄탄했던 신한금융 회추위와 비교…강력한 내부 후보 부재, 불안한 우리금융
고설봉 기자공개 2023-01-25 07:13:18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0일 09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기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뽑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개시된 가운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용퇴가 재조명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용퇴를 선언한 가운데 두 CEO의 용퇴 과정과 결과가 비교되고 있다.두 CEO 모두 용퇴라는 결과 자체는 똑같다. 하지만 용퇴에 이르는 과정과 용퇴 시점이 서로 다르다. 이에 따라 각 이사회 내에서 차기 회장을 뽑는 과정에 미친 영향도 크게 달라졌다. 조 회장의 길과 손 회장의 길은 어떻게 달랐을까.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당일까지 연임이 유력시됐다. 당일 회추위에 들어서는 과정에서도 조 회장 스스로 3연임을 확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었다.
조 회장은 회추위 당일 마지막으로 면접장에 들어섰다. 조 회장은 여유 있는 표정과 몸짓을 보였다. 로비를 지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그룹의 미래 비전과 경영 전략, 인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임직원들의 힘이며 지배구조의 근본적 차이에서 발생했다"며 "현재의 이슈들이 미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현재 이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미래 경영에 대해 말씀 드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2시간여 뒤 상황은 긴박하게 흘렀다. 회추위는 예정보다 길어졌고 성재호 회추위 위원장은 상기된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섰다. 성 위원장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짧게 밝혔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당일까지 변수가 많지 않았다. 유력한 현직 회장의 대관식이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이에 최종후보군(숏리스트) 역시 그룹 내 현직 최고위 경영진들로 구성되며 안정감을 보였다. 회추위에 빈 틈이 없었던 만큼 후보군이 난립하지 못했다.
실제 회추위 시작 전부터 숏리스트는 예측 가능했다. 신한금융 핵심 자회사 수장인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과 비은행 맏형인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이 조 회장과 함께 후보군으로 일찌감치 부상하면서 외부 인사와 전직 임원들의 출마 의지를 사전부터 꺾어놓았기 때문이다.
신한지주 이사회와 회추위로서도 탄탄한 내부 후보군이 몇 달간 안정적으로 하마평을 주도하고 있었던 만큼 고민할 이슈가 많지 않았다. 세 명의 숏리스트 모두 그룹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성과와 능력을 인정 받은 만큼 어느 누가 회장으로 뽑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사회와 조 회장간 긴밀한 협의로 면접장에서 조 회장의 용퇴가 결정됐다. 자칫 사전에 내부 후보군이 안정적으로 꾸려지지 않았다면 지배구조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갑작스런 용퇴는 리스크로 번지지 않았고, 회추위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반면 우리금융 임추위 과정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손 회장에 대한 금융 당국의 사퇴 압박이 집요하게 이어지면서 일찍부터 후보군이 난립했다. 더불어 손 회장 스스로 라임펀드 중징계라는 리스크를 안고 연임 도전을 준비했던 만큼 경쟁자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내부 후보군도 예측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 난립했다.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 그룹 내 최고위 경영진들의 회장 후보군 승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내부에서부터 자생적으로 후보군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박 사장과 이 행장의 경우 손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이들의 회장 도전은 사실상 본인들이 의지를 드러내 놓고 추진할 수 없는 이슈였다. 더불어 이사회 등에서도 손 회장의 사퇴 등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내부 최고위 경영진들을 임추위의 핵심 후보군으로 세우는 것은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는 리스크로 여겼다.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다 내부 최고위 경영진들의 후보군 부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리스크는 커졌다. 내부에서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부 인사들의 도전 의지도 높아졌다. 이미 우리금융을 떠난 전직 임원들과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은 전직 관료 등이 모두 가세하면서 판이 복잡해졌다.
실제 고영배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는 지난해 중순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고 대표는 '우리펀드서비스 고영배입니다'로 시작하는 출사표를 자체 제작해 내부망과 언론 등에 돌렸다.
손 회장의 사퇴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회사 CEO인 고 대표가 회장 도전을 공식 선언하자 우리금융 지배구조 불안감은 커졌다. 현직 회장에 대한 자회사 CEO의 반발로 비춰지면서 우리금융 지휘 체계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최근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난해 신한금융 회추위와 비교해 볼 때 다소 어수선하고 불안한 모습이다. 안팎의 많은 후보군이 난립하는 가운데 오히려 강력한 내부 후보군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흘러가면서 지난해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기 CEO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내부와 외부 후보 모두 정치권 등 힘을 빌려 임추위에 임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관치 금융 그림자가 우리금융을 누르고 있다는 불안감도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토대가 약한 상황에서 이사회와 손태승 회장간 일종의 협업으로 조직이 운영되는 측면이 강했는데 한 축인 손 회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불안감이 커졌다”며 “강력한 내부 후보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 세워질 지배구조의 토대도 내부에서 온전히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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