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라임 징계 파장]장고 끝 용퇴 결정…이면엔 등 돌린 과점주주과점주주 모두 금융사…당국, 압박 수위 높이자 손태승 회장 지지 철회
고설봉 기자공개 2023-01-19 08:32:58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8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전격 용퇴를 결정하게된 배경은 뭘까. 최근까지 연임을 놓고 깊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던 손 회장이 급격히 마음을 바꾼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금융권에선 지난해부터 거듭된 당국의 사퇴 압박을 잘 이겨내던 손 회장이 돌연 입장을 바꾼 원인으로 과점 주주를 꼽는다. 그동안 손 회장을 지지했던 과점주주들과 그들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시작을 앞두고 지지를 철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18일 이사회에 용퇴의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가동되는 점을 고려해 용단을 내렸다. 임추위를 완주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와 조직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한 차원이다.
갑작스런 손 회장의 용퇴에 금융권에선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라임펀드 중징계 처분 이후 계속된 당국의 압박에도 버텨왔던 손 회장이었기에 이번 사퇴는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중징계 처분 이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압박은 거셌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었다.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가세하며 손 회장의 염임 도전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1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공을 시작했다. 지난 5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손 회장이 연임을 위해) 소송 논의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며 날을 세웠다.
이런 상황이 지속됐지만 손 회장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장고를 거듭해 왔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연임을 위한 수 싸움을 벌이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손 회장은 최대한 당국과 직접 마찰을 피하면서 이슈를 만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손 회장이 장고를 거듭하며 연임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던 이유는 과점주주들과 그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 덕분이었다. 과점주주와 사외이사들은 손 회장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꾸준히 보내왔다. 우리금융지주를 출범하고 완전 민영화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CEO 교체를 원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손 회장에 대한 과점주주와 사외이사들의 신뢰가 두터운 상황에서 연임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다. 사외이사 간담회 등을 거치며 라임펀드 중징계에 대한 대응 전략도 마련되면서 손 회장의 연임 도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과점주주들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에 집중됐던 금융 당국의 압박이 임추위를 앞두고 과점주주에게 직접 미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금융업권 내에서 인허가권과 검사권 등을 쥐고 있는 당국에서 과점주주에 손 회장의 용퇴를 압박했다는 뒷말이 흘러나온다.
우리금융 과점주주는 현재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유진 PE, IMM PE, 푸본현대생명보험 등 5개 회사로 구성돼 있다. 과점주주들은 모두 금융회사로 한국에서 다양한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입장이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유진 PE 등은 모두 국내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다. 세곳 모두 금융업 내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며 성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불어 오너일가가 있고 이들이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만큼 당국과 마찰을 빚을 경우 회사는 물론 오너일가로 불똥이 튈수도 있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다우데이터를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다우기술을 지배기업으로 두고 있다. 최근 핀테크 등 디지털 기반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핀테크 산업은 그 자체로 금융 당국의 인허가와 지원이 절실한 분야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지주를 필두로 증권업과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부동산시탁 등 종합 금융지주사를 꿈꾸며 성장 중이다. 주로 자본시장과 비은행부문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만큼 당국과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유진 PE는 유진기업을 모체로 활동하는 사모펀드 투자사다. 유진기업은 유진투자증권과 다양한 사모펀드 투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제조업과 건설업을 넘어 금융업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곳이다.
이처럼 세곳 모두 금융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는 만큼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압박이 직접 가해지는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강행하기엔 부담이 컸다.
외국계인 대만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최근 국내에서 다양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 중이다. IMM PE는 국내 M&A 시장의 큰 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의 경우 M&A와 다양한 IB 투자 과정에서 금융위의 인허가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금감원이 상시 감시와 감독을 받고 있는 만큼 당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점주주란 든든한 버팀목을 잃은 손태승 회장 입장에선 연임을 추진했어도 임추위에서 최종 후보로 낙점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생긴 것”이라며 “과점주주와 사외이사들이 돌아서면서 손 회장이 연임을 밀고 나갈 추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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