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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철강, 콜옵션 발판 ‘옥상옥’ 구조 노렸나 화인인터내셔날이 지배력 열쇠, 2세 경영 수업 받고 있지만 승계 구도는 '아직'

정유현 기자공개 2023-01-30 07:26:00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철강제품 제조업체 동일철강의 2대주주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활용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2대주주인 화인인터내셔날은 장인화 회장의 회사인 만큼 사실상 대주주 손바뀜으로 볼 수는 없지만 지배구조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화인인터내셔날은 동일철강 1회차 전환사채(CB)의 콜옵션 행사 기간 만료를 앞두고 콜옵션 권리를 취득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재)성심수도회외 15인, 에이스수성신기술투자조합11호로부터 주당 2243원에 97만4930주를 사오는데 약 22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콜옵션 권리만 취득한 상태로 아직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았다. 보통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이 작년 9월 말 기준 22.42%에서 26.88%로 확대된다. 기존 최대주주인 장인화 회장(22.54%)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라서는 것이다. 다만 화인인터내셔날이 장 회장과 자녀들의 회사인만큼 명목상 최대주주 이름만 바뀐 것이다. 장 회장은 여전히 50%에 육박하는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동일철강은 장 회장의 부친인 고(故) 장영수 명예회장이 1967년 부산에서 설립한 업력 54년의 철강 전문기업이다. 2021년 1월 대선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 후 처음으로 70억원 규모 사모 CB를 발행했다. 30%의 콜옵션을 걸며 향후 장 회장의 지배력 보강과 자산 증식의 기회를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CB 발행 후 철강업황 개선 영향으로 동일철강 주가가 한때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작년 초 일부 투자자들이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 흐름이 유지됐다면 동일철강의 장 회장도 시세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며 전환가가 2154원까지 낮아졌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도는 상황이 지속됐고 콜옵션 행사기간까지 만료(2023년 1월 12일)되며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CB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

CB 발행당시 계약을 살펴보면 '인수인의 콜옵션 행사 한도 보유 의무와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의 우선권' 조건이 삽입됐다. 투자자들은 동일철강의 콜옵션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인수금액의 30%에 해당하는 CB를 미전환 상태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가 우선이다. 투자자들은 동일철강 측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가가 부진 상황에서 조기 상환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이 콜옵션을 직접 취득하지 않고 화인인터내셔날을 활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화인인터내셔날은 2021년 말 기준 22.4%의 지분을 보유한 장인화 회장이 대주주다. 자녀인 장민준, 장선영씨가 각각 16%, 15.7%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다. 또 화인인터내셔날은 유가 증권 상장사인 화인베스틸의 지분 27.5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동일철강은 화인베스틸의 지분 18.87%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번에 화인인터내셔날이 동일철강의 최대주주로 오르며 ‘장인화 회장→화인인터내셔날→동일철강→화인베스틸’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 입장에서는 비상장사인 화인인터내셔날의 지분만 자녀들에게 넘겨 나머지 회사 전체를 승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아직까지 승계 구도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현재 자녀들은 부친 밑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들 장민준씨는 화인베스틸의 재무담당이사로 재직중이며 장선영씨는 화인인터내셔날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향후 2세 중 한명이 경영 일선에 등장하거나 장 회장의 지분 증여 등 지배력 이양 작업이 본격화가 되면 승계 구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화인인터내셔날이 주가 상승을 기다렸다가 보유 콜옵션을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제3자에 재매각할 가능성도 있지만 경영 승계 이슈가 있는 만큼 단순히 이익 실현 목적으로 처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일철강 관계자는 “화인인터내셔날이 콜옵션을 아직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은 상태지만 잠재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오른 것은 맞다”며 “경영 승계 등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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