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27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 달 전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폴더블폰(갤럭시Z 시리즈)' 개발 동기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최근 받은 그 어떤 질문 보다도 반갑다며 답변을 이어갔다."보석함을 생각해봐라, 열려있지 않고 닫혀있다. 대개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바로 안보이게 뚜껑으로 닫아 있거나 접혀져 있지 않나. 소중한 귀중품들을 (보석함에) 보관하는 과정을 떠올렸을 때의 뿌듯함과 행복했던 기억을 핸드폰 사용자들에게도 선사하고 싶었다. 이처럼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고심하던 중에 접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고안했다."
그의 입에서 보석함이란 순수한 단어가 나올지 몰라 내심 놀랐다. 노 사장은 '갤럭시S' 전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삼성의 루키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획을 그은 개발자인 만큼 거침없거나 혹은 트렌드한 답변이 나올줄 알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밀레니엄 세대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추측했던 터라 보다 더 의외의 답변으로 여겼던 것 같다. 2019년 폴더형 스마트폰인 갤럭시Z가 첫 선을 보일때, 과거 2G 피처폰 시절 폴더형 핸드폰을 즐겨썼던 기억에 반가움과 기대감이 컸던 나다.
노 사장이 생각한 갤럭시는 보석과 같은 것이었을까. 그의 답변엔 갤럭시 브랜드를 대하는 애정어린 마음, 동시에 가치있는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는 개발자 정신이 묻어 있었다. 스마트폰 개발에 앞서 사람의 본성을 고민했다. 소중한 것들을 떠올렸을 때의 행복감을 분신처럼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핸드폰에 녹여냈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평가된다. 갤럭시S 흥행 공로로 인사 때마다 대발탁, 최연소 승진 대열에 올랐다. 이재용 시대 차세대 리더로 불리며 삼성맨들 사이에서도 매번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이런 갤럭시 브랜드는 하루 아침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삼성의 첫 스마트폰 '옴니아'란 망작 이후 노 사장이 절치부심해 얻은 산실이다. 그의 옴니아 참패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고민이 깃들어졌다. 옴니아는 지금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윈도우 모바일 OS를 탑재했던 폰이다.
옴니아를 직접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주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야말로 옴레기(옴니아+쓰레기)였다고 한다. 어떤 선배는 지금까지 줄곧 아이폰을 쓰는 이유라고도 얘기했다.
성공과 실패 반반의 확률 게임, 주기적으로 혁신을 요하는 IT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 삼성 모바일 수장의 어깨도 무거울 법하다. 그런데도 여태 해온 일들 보다 앞으로 시도할 부분들이 더 많을 지 모른다. 노 사장이 그려나갈 삼성폰의 갤럭시(은하계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뜻)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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