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03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니멀라이프를 한답시고 한창 중고거래에 빠졌던 시절이 있다. 뭐라도 팔려고 접속한 당근마켓에서 되려 뭔갈 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거래를 했다. 그러다 한 번은 "아니, 이런 것도 거래가 되네" 싶은 물건을 봤다. 속는 셈 치고 올려둔 물건이 한참 만에 거래가 됐을 때 쾌감이란. 내겐 팔고 싶은 물건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물건이고 누군가에겐 애타게 찾던 기회라는 것, 그게 바로 중고거래의 묘미였다.인수합병(M&A) 시장도 비슷하다. 거래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누군가에게 팔아야 할 대상이 누군가에겐 사고 싶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그래서 규모가 큰 딜만큼이나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거래가 주목을 받고 호평도 받는다. 최근 거래를 마친 메디트는 규모뿐 아니라 거래 당사자간 만족도 측면에서도 기분 좋은 마무리를 했다.
3D 구강스캐너 제조사 메디트는 매물로 등장할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소 생소한 산업이지만 산업 자체의 성장성과 메디트의 기술력,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이 맞물려 기업가치가 순식간에 수조원으로 뛰었다. 매각은 칼라일·GS,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며 흥행했다.
하지만 칼라일·GS그룹에 부여한 우협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다급해진 것은 매도자 측이었다. 결국 딜의 주체는 '사람'이기에 두 번 연속 협상이 결렬될 경우 거래가가 낮아지거나 성사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타격이 예상됐다. 조 단위 여력을 보유한 후보군이 좁단 점도 초조함을 더했다.
결과적으로 메디트는 제 주인을 만나 무사히 거래됐다. 거래가 의미있었던 건 '조단위' 딜의 성사라는 측면도 그렇지만 이해관계자가 모두가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니슨캐피탈은 연내 매각이란 목표를 이뤘고 6배 차익을 올려 과거 공차코리아에 버금가는 성공 신화를 썼다.
2조4000억원에 메디트를 품은 MBK파트너스도 만족했다. 무려 8조원가량 드라이파우더가 있었지만 동진섬유를 마지막으로 이렇다 할 인수를 못했던 갈증을 해소했다.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지만 방향성에 대한 베팅은 맞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메디트의 장민호 창업자와 특수관계인 등도 지분 매각 대금의 상당분을 재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M&A 시장이 활황을 맞을 것으로 예측한다. 드라이파우더가 잔뜩 쌓인 PE의 상황, 국내 대기업의 핵심 산업 집중을 위한 M&A 본격화, 조세 부담 우려에 따른 중견 기업 매물화, 달러 강세 기조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들의 진입 등이 근거다. 윈윈하는 거래도 더 많이 성사되길 기대한다. M&A에 정답은 없다. 다만 선택과 그 이후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승패를 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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