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자원확보 경쟁]원재료 안정적 수급이 경쟁력 직결...소재업체도 사활⑤리튬 수급부족·美 IRA 대응에 수급처 다변화...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시도
정명섭 기자공개 2023-01-31 07:31:51
[편집자주]
글로벌 완성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르노 닛산,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마저 K배터리를 찾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2025년까지 수주 잔고는 중국 CATL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문제는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배터리는 소재 비중이 높은 제품으로,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벨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자원 확보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7일 12: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수요 확대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재료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재 업체들 또한 원재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이 중 양극재는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양극재는 리튬에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금속 성분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데, 리튬 비중이 가장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리튬 전체 수요 중 배터리 수요가 89%에 달한다. 2024년에는 2020년 대비 수요가 42배나 증가할 전망이다. 원활한 리튬 수급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인 이유다.
◇에코프로, 리튬 공급망 유럽으로 확대
이에 국내 1위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의 지주사 에코프로는 작년 9월 독일 AMG리튬과 배터리용 수산화리튬 수급 계약을 체결했다. AMG리튬이 올해 3분기부터 시범 가동하는 독일 비터펠트볼펜 공장에서 생산된 수산화리튬을 에코프로비엠 헝가리 데브레첸 양극재 공장에 공급하는 계약이다. 에코프로비엠은 2024년부터 연간 5000톤의 수산화리튬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수산화리튬은 배터리 제조에 활용되는 리튬 화합물의 한 종류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배합에서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여주는 니켈과 합성이 쉬워, 니켈이 결합된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같은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에 사용된다. NCM과 NCA는 에코프로비엠의 주력 제품이다.
에코프로는 유럽 현지에서 양극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안정적 수급망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원자재 부족 우려가 계속되는 만큼, 에코프로는 향후에도 배터리 소재의 안정적 원료 수급 확보, 수급처 다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IRA는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로, 배터리 원재료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2027년부터 80%) 조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터리 핵심 부품과 광물 요건에 대한 지침을 담은 규칙안은 올해 3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은 수산화리튬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IRA상 보조금을 받으려면 원재료 수급처를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포스코케미칼, 그룹 리튬 확보로 걱정 無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원재료 확보에 공을 들인 덕을 보고 있다. 포스코는 리튬 확보를 위해 2021년 10월에 호주 리튬광산 기업 필라바미네랄스와 합작투자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가 설립한 리튬 생산 법인 ‘포스코리튬솔루션’에 함께 투자하고, 수산화리튬을 가공하는 데 필요한 리튬 광석을 연간 31만5000톤씩 공급받는 계약이다.
포스코리튬솔루션은 향후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수산화리튬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법인은 현재 7600억원을 들여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수산화리튬 공장을 짓고 있다. 연간 4만3000톤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올해 하반기에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리튬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2018년에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를 30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당시 리튬 수급을 위해 접촉하던 광산업체들이 염호를 중국 업체들에게 넘기면서 리튬 거래가 번번이 무산되자 포스코도 염호 인수전에 나섰다. 면적은 서울의 3분의 1 크기인 2만5500헥타르(ha)로, 리튬 매장량은 1350만톤(추정치)에 달한다. 이는 전기차 45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2018년에 리튬이 1kg에 1만3000원대였으나 올해 9만~10만원대까지 약 7배 폭등했고, 향후 리튬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포스코는 리튬 염호로 수십조원대의 누적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2030년에 연간 30만t의 리튬을 생산할 예정인데, 40%를 리튬 염호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엘앤에프, 韓·美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개시
엘앤에프는 리튬 확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배터리 소재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엘앤에프가 양극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파우더를 제공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탄산리튬을 추출하고, 엘앤에프가 이를 받아 전기차용 리튬으로 재가공해 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식이다.
엘앤에프트는 미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머티리얼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레드우드머티리얼은 2017년에 설립된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으로, 테슬라에서 17년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J.B. 스트라우벨 설립한 회사로 잘 알려졌다.
레드우드머터리얼은 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과 납, 니켈, 코발트로 양극 동박과 양극활물질을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인데, 양극재 핵심 설계·제조 기술을 보유한 엘앤에프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양극재 기업들은 향후 또 다른 핵심 원재료인 니켈 확보로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재 기술이 발전하면서 양극 활물질에 니켈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켈은 에너지 밀도를 결정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그만큼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니켈 함량이 80~90%대까지 높인 하이니켈 전기차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극재에 투입되는 니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작년 3월부터 이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거래가 중지되는 등 공급망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니켈 수급의 주요 변수들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니켈 공급망 강화를 위해 SK온과 손잡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해 현지에서 니켈과 코발트 수산화혼합물(MHP)을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그룹에서 전남 광양제철소에 고순도니켈 정제공장을 설립해 광석에서 고순도니켈까지 생산하고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 공장은 올해 하반기에 준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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