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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자원확보 경쟁]인력 부족은 곧 수율 저하...만성 인력난에 산학협력 강화인력 확보 늦으면 생산·기술 발전 속도 더뎌..."각 분야 인력양성 시급" 한목소리

정명섭 기자공개 2023-01-30 07:19:13

[편집자주]

글로벌 완성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르노 닛산,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마저 K배터리를 찾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2025년까지 수주 잔고는 중국 CATL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문제는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배터리는 소재 비중이 높은 제품으로,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벨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자원 확보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학공학과 학사만 있어도 다 데려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국내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가 구인난을 호소하면서 한 말이다. 배터리 완제품 기업들은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 3사는 연구와 생산, 기술 직무에서 화학이나 화학공학 분야 전공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분야에서 전문 인력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한다.

◇연간 3000여명 부족, 수율 저하로 생산성 하락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9일부터 소재 연구개발(R&D) 부문 경력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화학, 화학공학, 고분자, 재료, 신소재 분야 학사, 석·박사를 가리지 않고 채용하기로 했다. 박사 학위 소지자의 경우 경력기간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SK온은 배터리 품질과 평가, 생산 기술 등과 관련한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중이다. 삼성SDI는 예년처럼 3월부터 올해 상반기 채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지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업계에 부족한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은 연 1000명 이상이다. 학사급 공정 인력은 약 18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3000명 정도의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이는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1600억 달러(약 19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나, 관련 인력 수는 더디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숙련된 생산 인력 부족도 문제다. 국내 배터리 완제품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에 맞춰 미국 등 주요 국가에 공격적으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거나 증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오하이오주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1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테네시주, 미시간주에도 각각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짓고 있다. 스텔란티스, 혼다와도 합작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고, LG에너지솔루션 자체적으로 단독 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1공장을 짓고, 올해 2공장도 가동할 예정이다. 미국 포드와 켄터키주, 테네시주에 합작 공장도 짓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짓는다.

숙련 인재 부족은 수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SK온 조지아 1공장 가동 초기에 배터리 수율이 낮았던 것도 미숙한 현지 작업자들이 투입된 탓이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생산 시스템을 해외로 그대로 옮겨도 수율이 낮게 나온다”며 “이는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인력의 숙련도 문제로, 수율이 높아지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돼 국내 직원들을 대거 현장에 파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은 기술 변화와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며 “석·박사급 핵심 연구인력, 품질관리와 공정운영 등 공정인력, 기술 애로 해결 중심의 현장인력 등 각 분야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수 대학에 손 내미는 배터리 3사

우수 인력 확보가 글로벌 경쟁력으로 연결되다 보니 배터리 업계는 국내 주요 대학과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관련 학과 설립을 지원하고 입학생들의 등록금을 전액지원에 생활비도 주는 파격 조건이다. 이른바 '입도선매'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선 턱없이 부족한 배터리 분야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산학 협력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50년에 생산 가능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암울한 전망도 기업들의 관련 학과 설립, 산학협력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중 서울대와 배터리 기술 공동 연구, 인재 발굴을 위한 산학협력을 맺었다. 앞서 한양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과 각각 배터리 계약학과를 신설한 것도 같은 취지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대학과 연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는 과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연세대와 운영하는 ‘이차전지융합공학협동과정’의 경우, 작년 상반기부터 석사 4학기, 박사 8학기, 석·박사 통합 12학기 과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학위를 받으면 바로 LG에너지솔루션에 취업할 수 있다.

SK온도 2021년 10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시작으로 한양대,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대(KAIST) 등과 배터리 계약학과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협약을 맺었다. 삼성SDI 또한 서울대와 KAIST, 성균관대와 배터리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배터리 3사의 계약학과를 통해 배출되는 인력은 매년 150여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업계가 인력 부족을 호소하자 정부 차원의 대응책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배터리 3사, 한국전지산업협회와 '배터리 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직무별 교육과정은 협회가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퇴직인력을 강사로 채용하고, 3사는 현장실습과 채용연계를 지원하고, 각 대학과 맺은 계약학과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배터리 아카데미를 통해 연 800명의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또한 배터리 R&D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석·박사 지원사업 대상 대학을 5개에서 13개로 늘리고 예산 68억5000만원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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