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인사이드]수직계열화의 '부메랑', 높은 내부거래 비중 눈길①양극재 수직계열화로 내부거래 비중 높아...공정위의 법적판단 관건
이호준 기자공개 2023-02-01 10:49:30
[편집자주]
국내 대표 양극재 사업 그룹, 에코프로가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집단'으로 거듭난다.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총계가 5조원을 넘기면서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 신규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회사의 높아진 위상에 기뻐할 새도 잠시, 에코프로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많다. 앞으로 대규모 내부거래나 주식 현황을 신고해야 한다. 또 총수 일가는 사익 편취 규제도 적용받는다. 에코프로는 의무를 다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을까. 성공 기업의 상징으로 도약 중인 에코프로의 현 상황을 더벨이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원→3조원→5조원'에코프로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이 커졌다. 에코프로의 자산총계를 가리키는 앞자리 숫자가 3년새 1에서 5로 바뀐 것이다. 2차전지 시장이 성장하고, 수요 증가에 따른 연이은 신규 회사 설립 등으로 인해 에코프로의 자산총액도 급증했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만큼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편입'도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손질하려는 지금 스스로를 점검해 봐야 할 때다. 급격한 자산 취득이 규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으로 올라서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회사는 내부 거래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각종 규제도 적용받게 되며 계열사 간의 주식 소유 등도 공개해야 한다. 높아진 위상에 따른 책임, 에코프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 10년 사이 자산총액 '33배' 증가
에코프로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약 5조5500억원 수준이다.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겨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충족시켰다. 현재 공정위가 지정 기준 상향을 추진 중이지만 에코프로의 자산 증가 추이대로면 대세(大勢)에 큰 지장은 없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양극재 수직계열화가 있다. 10년전 혈혈단신이던 에코프로 밑에 현재는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수산화리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에코프로씨엔지(리사이클) 등 총 24개의 계열사가 있다.
이 과정을 지난 10년간의 숫자로 보면 더욱 명료해진다.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에코프로의 자산총액은 약 3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적 증가세도 뚜렷하다. 2013년 595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9월 3조5440억원으로 늘어났다.
늘어나는 2차전지 소재 수요에 발맞춰 2차전지 업계 공룡으로 성장한 것이다. 다만 고민도 있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내부거래나 주식 현황을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등 짊어져야 할 의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총수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를 적용받는다. 또 공인회계사의 감사도 받아 친족(혈족 6촌, 인척 4촌 이내) 현황 등의 정보를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경영 투명성 높이기 위한 방책이다.
◇내부거래 비중 거의 대부분...'부당성' 입증이 관건
에코프로의 고민이 커지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양극재 수직계열화로 내부거래 비중을 키워온 에코프로그룹 입장에서는 향후 이 규제들을 피하기 위해 내부거래 비중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에코프로그룹은 오너인 이동채 회장 등 특수관계자들이 지주회사인 에코프로의 지분 26.8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채 회장→에코프로→15개 종속회사 식의 지배구조가 확립돼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던 상황에서 내부거래 비중도 자연스레 높아져 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특수가스를 제조·판매하는 에코프로AP의 매출은 45억원이다. 이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에서 80% 넘는 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른 계열회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연간 5만톤(t)의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머티리얼즈의 매출 3428억원, 수산화리튬을 공급하는 에코이노베이션의 매출 471억원 모두 에코프로그룹 내 내부거래를 통해서 창출된 상황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곳들은 공정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면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수일가 고발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향후 공정위의 법리적 해석을 눈 여겨볼 만하다. 공정위의 사익편취 해당 기준을 보면 △기업집단이 정상 거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 △재무상태 등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거래 등 법적표현이 꽤나 모호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에코프로가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공정위는 제출받은 내부거래 자료를 통해 법리적 해석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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