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수성…MBK와 장기전 돌입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유지…영풍·MBK, 김광일·강성두 등 일부 진입에 의미 둬
이호준 기자공개 2025-03-31 08:29:02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8일 15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 이날 오전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지분율을 다시 10% 넘기며 상호주 관계가 재성립됐고, 이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은 또다시 제한됐다.다만 순환출자에 대한 공정위 판단과 MBK 측의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소송 결과는 판세를 바꿀 여전한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의 의결권 제한도 일시적인 만큼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풍, 이번에도 의결권 제한…김광일·강성두 등 이사회 ‘진입’
제51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는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월 임시주총과 마찬가지로 28일 오전 9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중복 위임장 집계 등으로 지연돼 오전 11시 32분께 개회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의 개회로 시작됐지만 안건 표결 전부터 양측 주주들이 발언권을 주고받으며 회의는 좀처럼 속행되지 못했다. 일부 주주들은 발언에 끼어들거나 박수를 보내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고려아연 해외 계열사 SMH의 영풍 지분 변화가 이날 핵심 쟁점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주식 배당으로 SMH의 지분율은 10% 미만이었지만 이날 오전 케이젯정밀에서 영풍 주식을 장외 매입하며 지분율이 10.03%로 회복됐다. 다시 상호주 관계가 성립된 셈이고 영풍은 이날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영풍 측이 취득 경위와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는 주총 현장에서 결론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결국 박 사장은 안건 상정을 진행했고 표결은 오후 12시 26분께 시작됐다.
상정된 안건들은 차례로 표결에 들어갔다. 고려아연이 제출한 '이사 선임안', '사외이사 의장 관련 정관 변경안' 등 7개 안건 대부분이 무리 없이 가결됐다. 특히 '이사 수 상한(19인) 설정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며 승기는 고려아연 쪽으로 기울었다.

현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 6명, 영풍 측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임시 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 7명 중 사임하지 않은 4명은 현재 업무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 정원 제한안이 통과된 뒤 신규 및 재선임 대상은 8명이었고, 고려아연은 이 중 5명(박기덕, 김보영, 권순범, James Andrew Murphy, 정다미)을 선임했다. 현재 기준으로 최 회장 측 이사는 기존 인사 포함 총 10명이다. 표결이 진행 중인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서대원이 추가로 선임되면 이사회는 11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나머지 세 자리는 영풍·MBK 측 인사들이 채웠다. 이들은 의결권 제한으로 이사 수 상한을 막지 못했지만 MBK가 보유한 약 16% 지분을 집중투표제로 행사하면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선임됐다. 이로써 기존 장형진 고문을 포함해 영풍·MBK 측 이사들은 총 4명을 확보하게 됐다.
◇장기전 불가피…영풍·MBK, 의사결정 책임성 제기 기반은 쌓아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도 이사회 과반을 지키며 경영권을 방어했다. 특히 SMH가 오전 단행한 장외매수로 영풍의 25.42% 지분 의결권을 다시 묶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이번 구도는 누구 하나 일방적으로 마무리 지은 싸움이 아니다. 상호주 구조라는 법적 프레임에 기반한 만큼 영풍 측은 앞서 유한회사(YPC) 현물출자 방식으로 고리를 끊은 전례처럼 다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지분율을 다시 높이면 이사 해임이나 신규 선임 안건 재상정도 가능해 판도 전환 여지도 있다.
특히 공정위는 고려아연의 상호주 구조를 순환출자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심사에 착수했고 영풍·MBK 측은 법원 의결권 허용 가처분 기각에 항고한 상태다. 둘 중 하나라도 영풍·MBK에 유리하게 결론나면 판세는 다시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가처분 결과와 공정위 판단 모두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영풍·MBK가 장기전에 각오하고 있다면 이사회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홈플러스 회생 등 여파로 MBK를 바라보는 시장 시선이 다소 회의적인 상황이다. 이를 어떻게 넘길지는 이들 전략의 관건이다.
일단 영풍·MBK는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 이사회에 ‘소수지만’ 진입한 데 의미를 둘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우세를 점하진 못했지만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기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다. 경영권 견제 명분도 확보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의 주주총회는 법원이 파견한 검사인의 관리 아래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됐다”며 “상대 측은 왜곡된 내용을 무분별하게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MBK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이 세 번째 순환출자를 감행하며 탈법을 반복하고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 CEO가 수사·조사당국의 권위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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