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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부침]롯데지주의 계열사 재무 진단…시작된 위기의식①메리츠 1.5조 딜 지주사가 직접 성사, 여전히 큰 건설 리스크

박기수 기자공개 2023-02-13 07:20:32

[편집자주]

그룹 혁신과 개혁에 바빴던 롯데그룹이 작년 말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더불어 레고랜드 사태가 그룹 건설사인 롯데건설을 덮친 것이다. 이후 다방면의 자금 조달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고금리는 장기화하고 있고 차환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 부담은 여전하다. 자연스럽게 롯데건설 리스크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이 올해 넘어야 할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THE CFO는 롯데건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당 이슈에서 파생될 수 있는 재무와 지배구조 이벤트를 전망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7일 15: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고랜드 사태, 고금리, 유동성 부족 사태, 리파이낸싱 난항.'

작년 하반기 시장을 관통했던 키워드다. 연쇄적으로 터진 예기치 못한 사태로 차환이 생명인 건설사들은 하나같이 유동성에 적신호를 켰다. 그리고 작년 말, 재계순위 5위인 롯데그룹의 건설사이자 시공능력평가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롯데건설의 CEO 하석주 사장이 자리에서 내려왔다. 짧은 시간에 몰아쳤던 시장의 '폭풍'이 남긴 상징적인 상흔이다.

재계에 따르면 작년 말 롯데지주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후 롯데그룹 전 계열사에 재무구조와 유동성 실태에 대한 현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선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필요조건으로 '계열사 독립 경영'이 거론되는 현 시점에서 롯데지주는 그보다 그룹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자체 판단을 내린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지주 재무실이 중심이 돼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재무 건전성을 체크했다"라면서 "나머지 계열사들은 큰 문제가 없고, 롯데건설의 재무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자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석주 사장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인 박현철 부회장(사진)이 롯데건설 CEO로 부임한 것도 이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또 이때부터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그룹의 문제로 비춰지기 시작한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초 메리츠증권으로부터 1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받았을 때 롯데건설이 아닌 롯데지주가 직접 나섰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롯데건설에 1조5000억원은 단비와 같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직 넘버'라고 보기는 힘들다. 눈 앞에 닥친 리파이낸싱 문제는 대거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롯데건설이 롯데지주의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볼 수는 없다. 여전히 대량의 우발채무가 남아있고, 건설·부동산시장의 올해 전망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건은 2023년 2월 현재 롯데건설의 현주소다. 자본시장에서의 위상을 토대로 향후 사업 전망을 살펴봤을 때 롯데건설이 그룹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만한 리스크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연초 메리츠증권과 맺은 딜의 경우 금리가 13% 이상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제공하는 선순위 대출금 9000억원은 연 13% 금리가 붙었고, 롯데정밀·롯데물산·호텔롯데가 지원하는 후순위 대출금 6000억원에는 연 14%의 금리가 붙었다.

또 지난달 초 AA+ 신용등급에 빛나는 롯데케미칼이 보증한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완판'됐다고 말하기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2500억원 중 800억원은 미매각이 나 산업은행이 떠안았고, 나머지 금액 중 대부분은 채안펀드에서 인수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고금리를 여전히 감수하고 있고, 채안펀드에 의존해 '완판'을 외칠 수밖에 없는 것이 롯데건설의 현주소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롯데건설에 대한 우려를 완벽히 거둔 것은 아니다. NICE신용평가는 메리츠로부터 1조5000억원을 지원받은 이후 발행한 보고서에서 "우발채무에 대한 단기적인 차환 위험은 해소됐으나 금융경색 상황 및 부정적인 부동산 업황으로 인해 나머지 우발채무에 대한 차환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롯데건설은 작년 11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가 약 6조9000억원으로 상당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 3조4934억원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었으나 메리츠증권의 지원으로 과제를 14개월 뒤로 미뤄놨다. 다만 잔존하는 만기도래 PF를 비롯해 2분기에도 1조5326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여전히 리파이낸싱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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