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 승부수]MX사업부의 자랑, 유일무이 '폐어망' 부품 경쟁력⑥팀원 아이디어로 특허 등록 성공…재활용 부품수 '6→12개', 플래그십 가치 '레벨업'
손현지 기자공개 2023-02-15 13:50:06
[편집자주]
삼성전자의 모바일 업력은 자그마치 40년이다. 그 긴 역사 속에서 '애니콜', '갤럭시' 등 글로벌이 열광하는 대중적 브랜드가 탄생했다. 최근 삼성 모바일 조직은 이전과는 다른 미션에 맞닥뜨렸다. 대외적으로는 애플, 샤오미, 오포, 구글 등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견뎌야 하며 내부적으론 생활가전·네트워크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삼성의 최근 제품 혁신, 키맨전략, 글로벌 전략 변화들을 짚고 경쟁력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삼성'을 재건할 때 중시했던 중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이다. 지난 1992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환경선언'을 한 이후 30여년 만에 환경경연전략을 내걸며 전 사업부에 친환경 기술 혁신을 주문했다.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 역시 이러한 기조에 적극 동참해왔다. 제품의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친환경 소재 적용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체 가능한 부품 발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올해 총 12개의 친환경 소재를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었다. 작년(6개)보다 두배는 더 많은 규모다. 특히나 갤럭시 프리미엄 제품의 외장 부품에 재활용 소재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실을 맺기까지 MX사업부는 어떤 노력들을 했던 것일까.
◇박성선 부사장 "폐어망은 참신한 재활용 소재"
세련된 다자인이 생명인 스마트폰에 재활용 부품을 적용하는 건 난제 중 난제다. 여러 폐자원 원료를 섞다보면 불투명하거나 얼룩덜룩해지는 경우도 많아 미관상 좋지 않다. MX사업부는 외부로 보여지는 부품보다는 내부 부품 중심으로 친환경 소재 대체가 가능한지 적극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수소재 개발에만 100여명이 넘는 인력 리소스를 투입해왔을 정도다.
그러다 MX사업부 기구개발팀 한 팀원의 아이디어로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폐어망은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을 위협하는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터라 ESG경영 취지에 부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디벨롭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폐어망을 컴팩트하고 소형화된 스마트폰 부품으로 탈바꿈하는데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했다. 폐어망의 기본 소재인 나일론은 질기고 습기에 취약한 특성이 있다. 소형화 하는 과정에서 치수 안정성이 저하돼 제한이 있고 여러 원료에 첨가해 사용하기 어려웠다.
삼성은 외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을 실마리를 찾아나갔다. 10여년동안 쌓은 재활용 소재 관련 기술 개발 역량을 토대로 한화솔루션 자회사 한화컴파운드, 글로벌 화학기업 로열DSM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결정적으로 MX사업부 내부 구성원간 협력이 빛을 발했다. MX부 기구개발팀은 MX부 CMF랩을 프로젝트에 끌어들였다. CMF랩은 디자인 제작에 필요한 색·소재·마감 등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특히 메탈, 유리, 코팅 등 소재 연구 전문이다. 이들이 손을 잡고 개발한 결과 폐어망 부품을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작년부터 갤럭시S22, 갤럭시북2프로, 갤럭시탭8 등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만난 박성선 삼성전자 부사장(MX사업부 기구개발팀장)도 "가장 공들여 개발한 친환경 부품을 하나 꼽아달라"는 더벨의 질문에 단번에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을 언급했다.
박 부사장은 "나일론이란 소재 자체가 참신하다"며 "애플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 뿐 아니라 IT 업계 전체적으로 아직까지 시도하지 않은 재활용 부품"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부사장은 삼성 MX(모바일경험)사업부 내에서 친환경 소재 부품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작년 갤럭시S22울트라부터 이번 갤럭시S23울트라까지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갈 친환경 부품 개발을 맡았다.
◇'친환경' 혁신은 매년 진화…'S펜' 이어 '외부 글라스'까지 확대
MX사업부의 도전은 폐어망에서 멈추지 않았다. 더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많은 스마트폰 부품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 부품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적용 가능한 부품을 선별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리와 메탈 등 신규 재활용 소재 적용을 위해 각 소재의 특성을 고려한 신규 공정을 추가 진행하는 등 재활용 소재 혁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며 "동시에 엄격한 품질 규격에 부합할 수 있도록 신뢰성 확보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는 무려 3개 신규 소재를 발굴해내는데 성공했다. 오는 17일 국내에 출시할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전작과 달리 '폐패트병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재활용 알루미늄', '재활용 글라스' 등 친환경 소재가 새롭게 탑재됐다.
특히 재활용 글라스는 갤럭시 사상 처음으로 외관에 적용한 소재라 주목된다. 전면글라스와 후면 글라스 공정 중 발생한 유리 부산물을 22% 섞는데 성공했다. 협력사인 미국 유리 전문 제조사 '코닝'의 역할도 컸다.
박 부사장은 이날 "코닝과 (글라스를 만드는데) 개발기간 2년 정도가 걸렸다"며 "투명하게 만드는 게 가장 어려운 미션이었고, 현재는 삼성이 개발한 재활용 소재 중 내구성이 가장 강한 부품이 됐다"고 소개했다.
적용 부품수도 훨씬 많아졌다. 작년 6개에서 올해는 12개로 확대됐다. 특히 혁신 재활용부품인 폐어망 재활용 소재의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올해는 내부 S펜 커버, 하단 스피커 모듈 등에 적용됐다. 올해에만 약 15t이 넘는 폐어망을 수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폐플라스틱 외에도 '금', '희토류', '코발트' 등 희귀자원 재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는 "삼성 만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TV, 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고비용 감수…"삼성의 의무, 사회적 책임"
물론 비용 부담도 뒤따른다. 친환경 재활용 소재는 특히나 세척이나 성형 등 처리과정이 까다로워 원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감수해야 할 영역이란 입장이다.
박 부사장은 "환경 재활용 부품의 적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공정의 최적화 설계로 가격 인상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역시 지난 1일(현지시간) '갤럭시 언팩 2023(Share the Epic)' 행사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친환경 소재를 쓰려면 기존(100) 보다 200, 300의 노력이 든다"며 "스마트폰 리딩 회사인 삼성의 의무이자 사명감이라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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