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21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톱티어 대체투자자산운용사들이 한국에 쇄도하고 있다. 사모투자펀드(PEF)부터 크레딧 펀드까지 앞다퉈 출자자(LP)와의 접점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미국과 유럽의 내로라하는 운용사가 국내 LP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다.괄목상대(刮目相對). 세계를 호령하는 운용사들의 행보를 보면 눈을 씻고 국내 LP들을 쳐다보게 된다. 하지만 눈앞의 일을 단기적으로 보고 박수만 칠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현상을 오래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LP가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력이다. 이제 돈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 시스템이다. 글로벌 운용사와 당당하게 대면하면서 관리할 역량이 없다면 출자만 하고 휘둘린다. 국제 감각을 갖춘 실력 있는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합류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
이에 관해 처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들도 성과보상 체계가 있기는 하나 글로벌 연기금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라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익히 알려져있다. 이 외에도 전문계약직 확충 등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국내 LP의 '질적'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운용사들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경제를 위한 전위부대이자 긴요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의 증가, 차익 실현, 외화 유입 등 외에도 여러 효과가 예상된다.
일차적으로 글로벌 운용사들의 한국계가 약진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통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한국(계) 직원이 있는 편이 나아서다. 또 KKR, 칼라일, EQT파트너스 등의 사례를 볼 때 한국계의 약진은 국내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친다.
더 멀리 보는 관점에서는 '금융 경쟁력' 강화다. 글로벌 3대 금융 중심지는 뉴욕, 런던, 홍콩이었다. 그러다 홍콩 사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홍콩에서 투자사들이 이탈하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대체할 후보지가 어디일지 주목받고 있다.
가장 유력한 곳은 단연 싱가포르다. 일각에서는 서울은 '어림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리콴유 전 수상이 싱가포르가 금융 중심지가 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받은 게 1968년, 한국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을 밝힌 시점은 2003년이다. 긴 호흡으로 볼 때 경쟁이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지금도 과도기에 불과할 수 있다.
한국이 금융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LP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판도에 균열을 내는 상징적 이벤트를 점차 일으키는 방식이다.
세계 최대 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홍콩에 있는 아태지역 펀드레이징팀의 일부를 국내에 상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내달 인천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LP들이 집결하는 행사를 연다. 이런 사례가 쌓이고 쌓인다면 어떤 상승효과를 낼지는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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