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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로드 투 아시아]'짝퉁 전쟁' 겪은 중·일 시장, 전기차로 다시 노크④자국 브랜드 충성도 높은 중·일에 참패…전략 수정한 현대차 승산은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3 08:23:11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시장 석권 전략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투트랙으로 이뤄져 왔다. 이중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빌드업'해준 지역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다. 인도 진출 성공은 현대차그룹이 다시 국제 시장의 문을 두드린 발판이 됐다. 신흥국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더벨이 현대차그룹의 아시아 시장 공략기와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1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타페(Shengdafei)'는 현대자동차의 차가 아니다. 현대차의 기술협력사였던 중국 화타이자동차가 무려 국제 모터쇼에서 선보인 짝퉁 싼타페다. 이름은 물론 구형 싼타페의 디자인까지 따라했다. 장화이차도 짝퉁 싼타페를 내놓는 등 중국시장에서는 아예 짝퉁 현대차가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지생산을 맡았다가 계약이 끝나면 본인들만의 브랜드를 출범시키는 황당한 전략(?)이었다. 신형 싼타페를 베낀 '기승', 기아 쏘렌토를 따라한 '천마영웅' 등도 각각 중국에서 베이징현대차보다 수백만원 싼값에 팔렸다.

반면 '일본 짝퉁차'는 현대차그룹을 오래 따라다닌 불명예스러운 별명이다. 글로벌 시장이 현대차그룹의 차에 박한 평가를 내리며 붙인 별칭이다. 또 다른 멸칭이었던 '바퀴달린 냉장고'는 참더라도, 일본의 짝퉁차라는 오명은 넘기기엔 입맛이 썼다.

일본과 중국은 각기 다른 이유로 난공불락의 시장이었다. 지금도 일본과 중국에서의 현대차그룹 점유율은 한자릿수를 면치 못한다.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은 여전히 틀린 답지일까.

한동안 현대차그룹은 물론 협력사들에게도 무덤이 됐던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차와 기아를 혹평했던 일본이 호평으로 돌아섰고 중국도 리오프닝이 한창이다.

◇흥망성쇠 지나온 중국 도전기…'리오프닝·프리미엄차'에 기대

현대차그룹의 중국 도전기는 흥망성쇠를 모두 겪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 정벌에 나섰던 2000년대, 가깝고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중국 진출 초반에는 현지 생산차나 짝퉁과 가격 경쟁에 다소 고전했다. 당시 GM대우의 마티즈를 따라한 체리자동차의 'QQ' 가격이 640만원이었는데 베이징현대차에서 가장 저렴한 차가 840만원이었다.

현대자동차의 구형 싼타페(위)와 화타이자동차의 산타페.
화타이자동차는 현대차와 합작을 마친 뒤에도 최근까지 산타페 시리즈를 출시했다.
중국 현지형 차를 출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7년 아반떼의 중국형 모델인 엘란트라를 내놨고 쏘나타와 링샹(NF쏘나타), 셩다(싼타페)도 줄지어 출시했다. 2013년에는 밍투를 선보였다.

투자 규모도 적지 않다. 중국에는 현대차의 4개 공장이 가동 중으로 공장 면적은 518만㎡, 생산차종은 12종이다. 기아도 2001년 자본금 1500만달러로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를 설립하고 엑센트 등을 양산했다. 현재 중국 공장의 연 가능 생산량은 약 90만대 수준이다.

중국이 현대차그룹의 알토란이던 시절도 있었다. 2010년대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에서 잘 나갔다. 2012년 연간 115만대를 팔았고 2016년 180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 시기 현대차그룹과 중국에 동반진출한 협력사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490여곳의 협력사가 현대차그룹과 중국 땅을 밟았다.

기세가 꺾인 건 한한령 이후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한한령이 내려지며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점유율이 2% 미만으로 추락했다. 자국 브랜드를 우선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이 함께 불면서 현대차그룹은 물론 해외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맥을 못췄다. 지금도 테슬라를 제외하면 중국내 판매 10위권 안에 드는 브랜드는 모두 중국 기업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해 판매량만 2686만대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의 판매 규모도 689만대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 현대차그룹에 기댄 한국산 차의 점유율은 1.6%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차와 신차로 중국 판매량을 다시 늘리겠다는 각오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중국 판매 목표는 각각 30만6000대, 17만대다. 매년 중국 전용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13종의 전기차종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G80·GV70 전동화 모델도 선보였다. 현대차와 기아 완성차 중 가장 인기가 좋은 엘란트라와 ix35, 투싼 점유율 확대에도 주력한다.


◇'일본 짝퉁차'에서 '일본 올해의 차'로…전기차 시대 반갑다

현대차그룹과 일본의 첫 인연은 판매와 수입 관계라기보다 기술 전수로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이 제 손을 만든 첫 차 '포니'가 일본 미쓰비시의 기술력을 빌려 나온 차다. 한국은 완성차 기술에 1950년대에 들어서야 접근했지만 일본은 1900년대부터 망치를 들었다. 50년의 간극만큼 기술력 차이가 극명했다.

자연히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의 차를 두고 일본은 혹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그랬다. 2001년부터 8년간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고전했다. 가장 많이 판 때가 2000대가 나간 2006년이다. 철수 직전이었던 2009년에는 한해동안 614대를 파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일본과 한국의 완성차 역사 격차가 50년이나 벌어졌던 만큼 그 간극은 201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일본 시장은 현대차그룹에게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연 450만대가 팔리는 거대 시장이라서다. 동남아시아 전체를 합해도 2040년에 이르러야 연간 판매율이 500만대에 도달한다.

지난해는 현대차가 12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도전한 해다. 북미와 유럽을 석권하며 오랜기간 고전했던 무대에 다시 도전할 동력이 생겼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도 재도전한 이유 중 하나다. 일본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며 전기차에서 만큼은 현대차그룹이 앞선다는 평가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에 이은 2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품질에 악평을 내놨던 일본도 최근 콧대를 꺾었다. 자국 충성도가 높아 외산차에 '올해의 차' 자리를 잘 내어주지 않는데,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에 아이오닉5의 이름이 올랐다. 점유율은 아직까지는 미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해동안 상용차를 포함해 526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전략이 바뀐 만큼 승산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새 판은 '전기차를 온라인으로만 판다'는 것이다. 체험이 아쉬운 소비자들을 위해 요코하마 등에 체험센터도 마련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전기차 점유율은 겨우 1% 수준이지만, 전기차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약 25% 수준이라는 전언이다. 판매율은 2009년보다 낮았지만 전기차만 팔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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