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로드 투 아시아]'일본 텃밭' 베트남 시장 석권 비결은③현지 협력사 공략 '적중'…타코·탄콩 손 잡고 1위 석권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2 08:23:58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시장 석권 전략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투트랙으로 이뤄져 왔다. 이중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빌드업'해준 지역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다. 인도 진출 성공은 현대차그룹이 다시 국제 시장의 문을 두드린 발판이 됐다. 신흥국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더벨이 현대차그룹의 아시아 시장 공략기와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0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의 텃밭이라고 불렸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의미있는 1위를 탈환한 곳은 베트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7년에야 첫 방문할 만큼 다른 나라보다 늦게 우정을 쌓았지만 지금은 현대차그룹의 '베스트프렌드' 자리를 노릴 만큼 성장했다.현대차그룹의 베트남 성공기에는 현지 '베프'들을 잘 알아본 안목이 빛났다. 현지 최대 자동차 기업 타코와 현대차와 오랜 인연을 맺은 대기업 탄콩 등이 현대차그룹과 동행해 왔다.
◇정의선 회장, 2017년 첫 걸음…탄콩·타코 맞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무대에 첫 등장한 해는 2004년이다.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열린 유럽공장 기공식에 정몽구 명예회장 대신 참석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뒤로도 해외 순회는 이어졌지만 베트남 첫 방문은 조금 늦었다. 유럽공장 기공식으로부터 13년이 지난 2017년이 첫 발걸음이다. 북미와 유럽, 인도 등을 순회한 뒤 찾은 지역으로 그만큼 베트남 진출이 더뎠다는 평가다. 당시 현대차그룹도 미국과 중국 등 핵심 국가에서의 판매량이 둔화되면서 베트남 등 신흥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반제품조립(CKD)으로 진출한 때는 2000년대 초반이다. 그 전까지 마을버스 CKD, 현금수송차 테라칸 240대 수출 정도로 판매량이 제한적이었다.
2004년 베트남 교통부 산하 자동차업체 '비나포터'와 계약을 맺고 포터와 스타렉스를 조립해 팔았다. 연 생산량은 수천대 수준이었다. 2011년 탄콩그룹과 손을 잡으며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지만 현지 생산보다는 CKD 위탁판매에 주력해 왔다.
기아는 작은 차 '모닝'을 타고 베트남 도로를 달렸다. 베트남이 오토바이 천국으로 불리는 만큼 경차의 인기가 좋았다. 2010년대 중반 전체 판매량 5위권 안에 랭크되기도 했다. 기아는 베트남 최대 자동차 기업 '타코'와 협업을 이어왔는데 첫 인연도 모닝 등의 현지 위탁 생산 판매사로 시작했다. 히트 모델 '프라이드'도 소소한 판매고를 기록했다.
◇2017년 지분 출자·공장 증설로 '악셀'
조금씩 파이를 키운 건 2017년부터다. 이 시기에는 베트남의 자동차 시장도 급속 성장을 거듭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한해 자동차 판매량이 10만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2016년에는 30만대를 넘게 팔았다. 전년인 2015년과 비교해도 24%나 급증했다.
2017년 베트남 첫 방문에서 쩐 다이 꽝 전 국가주석을 만난 정 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현지 제조사 '탄콩그룹'과 손잡고 50대50씩을 출자했다. 900억원의 자금으로 합작사 HTMV를 설립하고 '현대탄콩'에 자금을 지원했다. 현대탄콩은 2011년부터 현대차의 제품 조립과 판매를 맡아왔던 곳인데 지분 투자없이 파트너십을 이어오다가 7년 만에 자금을 태운 셈이다.
2017년 완공된 닌빙성 조립공장에서는 i10과 엑센트, 엘란트라, 투싼, 싼타페, 포터, 마이티 등이 생산됐다. 연산 규모는 5만2000대 수준이었다. 타코는 현대차와도 합작투자로 상용차 조립판매 공장을 지었다. 450억원을 들여 연산 3만대 생산이 가능했다.
베트남 등 신흥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자금 투입 규모도 대폭 늘었다. 2021년에는 탄콩그룹과 판매법인 HTV를 신설하고 290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 판매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2년 뒤 현대차가 2억5186만달러를 들여 지분 50%를 취득했다.
2022년에는 HTMV 제2공장이 문을 열었다. 부지 면적은 28만7100㎡ 수준, 1공장과 합산 생산규모는 약 11만대로 성장했다. 생산 차종에는 아반떼가 추가됐다.
◇일본 텃밭에서 승전보…여전한 성장성·아세안 교두보 '매력'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베트남의 전체 신차 판매량은 50만9100여대인데 이중 현대차만 8만1600대를 팔았다. 점유율은 16%, 기업별로는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뒤따르는 기업이 기아다. 6만800여대를 판매해 전체 판매량의 12%를 차지했다. 1위 토요타의 점유율이 24.5%인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판매량이 28% 수준이다.
최근에는 현대차만으로도 토요타를 이겼다. 올해 1월 현대탄콩은 3496대를 팔아 현지 1위를 기록했다. 토요타가 3023대를 팔았고 기아가 2075대로 바짝 추격했다. 엑센트 인기가 쏠쏠하다.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공은 판매량이나 규모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인구 확대와 GDP 등 규모와 질적 성장 속도가 모두 가파르다. 아세안 시장의 교두보 역할로 삼을만 하다. 동남아시아 진출 30여년 만에 난공불락의 시장에서 일본을 눌렀다는 의미도 깊다.
베트남의 성장 속도도 여전하다. 베트남은 한해 30만대의 자동차가 판매되는 동남아시아 4위권의 시장이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 총소득은 2021년을 기준으로 3560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3000달러가 넘으면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이 되며 급속도로 번지는 '모터라이제이션'이 시작된다고 보는데, 베트남이 그 기점에 서 있다는 평가다.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도 현대차그룹의 아세안 공략에 이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공장 규모가 가장 크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차도 일정 기준(현지화 40%)만 통과하면 베트남 등에 관세없이 들여올 수 있고 베트남 생산 차량도 마찬가지다.
아직 부진한 태국과 말레이시아 시장도 베트남을 바로미터 삼아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태국 등에 베트남처럼 현지 법인을 신설하는 방법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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