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로드 투 EV]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는 왜 13년만에 빛을 봤을까①출발선 같았는데…파업·유동성 위기에 뒤쳐진 전기차 첫 걸음
허인혜 기자공개 2023-03-14 07:30:14
[편집자주]
쌍용자동차는 이달 말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 출발선 앞에 선다. 생존의 갈림길에 놓였던 만큼 미래 모빌리티 개발이 더뎠던 KG모빌리티는 이제 전기차를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다시 드라이브를 건다. kG모빌리티는 뒤쳐졌던 전기차로의 발걸음을 따라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더벨이 KG모빌리티의 전기차 도전 과정과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란도 이모션'은 KG모빌리티(쌍용자동차)의 유일무일한 전기차다. 업계 톱티어는 아니더라도 중견업체로 평가 받는 KG모빌리티의 라인업으로는 다소 초라하다. 2022년에야 출시된 늦깎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란도 이모션의 모태가 모터쇼에 출품된 때는 2009년이다.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가 13년만에 빛을 본 사연은 길고 기구하다.쌍용차는 이달 말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의 신호탄을 쏜다. 35년이나 간판으로 써 왔던 이름을 내리는 것은 '쌍용차'라는 브랜드에 정이 든 만큼 고난의 세월도 길었기 때문이다. 간판갈이에 나선 KG모빌리티의 숙명은 늦었지만 전기차다. 답을 찾으려면 오답의 해석도 필요하다. KG모빌리티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보폭은 언제부터, 왜 벌어지기 시작했을까.
◇KG모빌리티 첫 전기차, 2009년 출발해 2022년 도착한 사연은
KG모빌리티가 미래 모빌리티에 집중하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다. 2004년부터 그린카 개발에 천착했으니 현대차와 기아,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시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인 '에코 C200'의 콘셉트카를 내놓은 게 2009년이다. SUV 카이런의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과 시험차량 운행은 그보다 앞선 2007년이다. 당시만 해도 KG모빌리티가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속도대로라면 다른 완성차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고속도로까지 안전주행이 가능했다. 그런데 KG모빌리티가 첫 전기차를 내놓은 해는 2022년이다. 현대차가 대표적인 전기차 '아이오닉'의 콘셉트카 외관을 공개한 게 2012년이었으니 퍼스트무버와 비교하면 10년이 늦었다.
문제는 유동성이었다. KG모빌리티는 1997년 외환위기부터 길고 긴 회생 히스토리를 써오고 있다. 1998년 대우자동차, 2004년 상하이자동차로 손바뀜이 됐지만 반짝 흑자 후 적자행진이었다. 2009년 법정관리 신청 후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고 2009년 6월부터 파업이 시작됐다. 모든 프로젝트가 '올스톱'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매각되며 또 주인이 바뀐 바 있다.
KG모빌리티는 이미 2009년 C200의 연구개발을 마치고 생산라인을 변경해 그해 가을께 출시를 목표하고 있었다. 같은 해 하이브리드형 에코 C200으로 라인업을 넓힌다는 목표였다. C200은 KG모빌리티의 회생열쇠로 불릴 만큼 기대를 모았던 차다.
C200 프로젝트가 잘 풀리면 다음 타겟도 기다리고 있었다. SUV 카이런의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2011년 시범 보급을 목표했다. 현대차와 르노 등이 첫 전기차를 양산하고 판매한 시점보다 오히려 앞선다.
멈췄던 C200 프로젝트는 이듬해 전성기 시절의 주력차종 이름을 딴 '코란도C'로 회생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출범을 기대했던 전기차 모델은 출시하지 못했다.
KG모빌리티는 코란도C 전기차를 매년 모터쇼에 출품하며 군불을 뗐지만 2020년까지도 구체화는 되지 못했다. 2020년 처음으로 전기차의 이름을 '코란도 이모션'으로 확정했다. 2000년대 시작했던 코란도 이모션의 드라이브가 2022년에야 도착점에 다다른 셈이다.
◇미래 모빌리티보다 '산소통' 급했던 KG모빌리티
KG모빌리티가 신차 개발에 매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 KG모빌리티의 오뚜기 같은 역사는 신차의 성공과 늘 함께했다. 티볼리가 그랬고 토레스가 그랬다. KG모빌리티 신차의 앞에는 늘 '회생의 키'라는 말이 붙었다.
때문에 신차 개발의 목적은 미래 준비보다는 KG모빌리티의 생명 구하기에 가까웠다. KG모빌리티의 전기차 라인업이 빈약해진 이유는 KG모빌리티에게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앞서 '생존'이 먼저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에 내놓은 신차 '토레스'도 마찬가지다. 토레스의 프로젝트명인 'J100'이 공개된 때가 2020년, 신차가 출시된 때가 2022년 7월이다. 2년 반 동안 KG모빌리티는 토레스 개발을 위해 뜻 그대로 뼈와 살을 깎았다.
토레스는 프로젝트명이 공개되기 전부터 개발 단계에 진입한 차다. KG모빌리티는 신차 개발을 위해 2019년 임직원의 복지를 줄이고 임금을 낮췄고 이듬해인 2020년에도 임금을 또 다시 삭감했다. 이렇게 줄인 인건비로 2019년 2100억원을, 2020년 1240억원을 조달했다.
자연스럽게 신차의 포커스는 '잘 팔릴 차'에 맞춰졌다. 토레스는 KG모빌리티의 전공인 SUV 정통성을 계승한 차로 평가 받는다. 2010년 3년만의 신차로 출시됐던 코란도C도 전성기 시절을 계승하자는 의미로 코란도라는 이름을 물려 받았다는 전언이다.
덕분에 SUV 명가라는 이름값을 지켰지만 전기차 개발에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초반 코란도와 무쏘의 성공, 2016년 출시된 티볼리와 지난해 출시한 토레스의 흥행에 기댄 기사회생이 반복됐다.
◇완성차 업계와 벌어진 격차…코란도 이모션 수급난까지
한번 벌어진 격차는 좁히기 어려웠다. 쌍용차가 첫 전기차를 내놓은 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 진출은 이미 끝내고 다음 단계에 돌입했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 규모는 국내 판매량만 16만4000대에 이른다. 성장 속도도 빨라 전년대비 63.7%가 급증했다. 전기차 퍼스트무버 현대차그룹은 코란도 이모션이 출시되던 해 이미 전기차 판매량 100만대를 기록한 바 있다.
벌어진 격차는 라인업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자동차 한 곳만 보더라도 상용차부터 승용차까지, 세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차종별 라인업을 갖췄다. 올해 출시 예정인 전기차만 현대차 '코나'와 기아 'EV9', '레이 전기차' 등이다. 3대 중견차 업체로 꼽히는 GM도 각각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유일한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요는 높았지만 원자재 공급이 문제였다. 출시 전 3주간 사전계약에만 3500대의 초도물량이 몰렸지만 실제 판매량은 100여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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