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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쌍쉐의 재도약]티볼리 이후 7년, 쌍용차 ‘토레스 효과’ 실체는①2010년대 누적 적자 1조5399억… 토레스 흥행으로 흑자 전환

강용규 기자공개 2023-02-13 07:30:34

[편집자주]

국내 자동차시장에는 일명 '르쌍쉐'로 불리는 완성차업체가 있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한국GM의 중견 3사가 그들이다.. 현대차와 기아 두 대형사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사이 이들은 적자의 수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점차 완화하면서 3사 역시 그간의 부진을 털어낼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더벨은 재도약에 나서는 자동차 중견 3사의 경영전략과 재무현황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9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는 국내 자동차시장의 중견 3사를 일컫는 ‘르쌍쉐(르노코리아, 쌍용차, 한국GM)’ 중 가장 먼저 재도약의 기치를 올렸다. KG그룹으로의 피인수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재무적으로 숨 돌릴 시간을 확보한 한편으로 신차 토레스를 통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명가’의 저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2010년대부터 쌍용차가 걸어온 길은 국내 중견 완성차 3사가 생존하기 위해 차별성을 지닌 확실한 무기가 필요함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쌍용차는 ‘원조회귀’를 통해 2022년 토레스라는 무기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2015년의 티볼리 이후 7년이 걸렸다.

◇ 티볼리로 만들어 낸 ‘아름다운 1년’

이전부터 쌍용차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무쏘와 코란도 등에서 나타나는 ‘터프함’이었다. 이는 무쏘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플래그십 SUV 렉스턴이나 카이런과 픽업트럭 액티언이 전면에 내세워지던 2000년대까지도 그랬다.

다만 2010년대 들어서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쌍용차를 견인한 모델은 풍부한 곡선미로 여성 고객층에 부드러움을 어필하는 데 성공한 소형 SUV 티볼리다.

쌍용차는 2015년 7월 티볼리를 공식 출시했다. 이 때까지 국내 SUV시장은 거친 외관으로 오프로드에서의 강점을 어필하는 준중형 이상급의 차종이 이끌고 있었으며 소형 시장에는 쉐보레(한국GM)의 트랙스 정도만이 존재했다. 티볼리는 이 시장에서 그동안 SUV에서 찾기 힘들었던 부드러움의 미학을 앞세워 호평을 받았다.

이 해 쌍용차의 자동차 판매량 14만4764대 중 티볼리가 6만3963대를 홀로 담당했다. 티볼리의 흥행에 힘입어 쌍용차는 2016년 영업이익 280억원을 내 흑자의 단맛도 맛봤다. 2010년대 쌍용차가 흑자를 낸 해는 2016년이 유일하다. 말 그대로 짧은 전성기였다.

이후 쌍용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티볼리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었던 2016년 이후 2021년까지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2021년에는 내수와 수출을 합쳐 완성차 8만4496대를 팔았는데 이는 2016년 티볼리 판매량인 8만5821대에도 못 미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쌍용차)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장기화된 경영난으로 신차 개발비가 부족해 후속 흥행모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진단한다. 쌍용차는 2010~2019년 중 2016년을 제외한 나머지 9년 동안 누적 1조53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티볼리 이후 부드러운 이미지의 SUV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티볼리의 어필 포인트마저 점차 희석됐다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티볼리 효과가 줄어들어가는 사이 쌍용차는 플래그십 SUV 렉스턴이 픽업트럭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에 자기잠식 당하기도 했고 3, 4세대 코란도 역시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 다시 ‘터프함’으로, 토레스로 되살려낸 도약 불씨

위기 극복을 위해 쌍용차는 초심으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다시 터프한 이미지의 쌍용차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디자인 철학을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Powered by Toughness, 터프함에서 나오는 힘)’로 재정립했다. 이 철학이 반영된 첫 신차가 바로 2022년 7월 출시된 중형 SUV 토레스다.

쌍용차가 티볼리를 앞세워 SUV 시장을 공략하던 7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드러움의 미학이 주류가 된 시장에서 토레스의 터프함은 차별성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쌍용차는 그간의 판매 부진 탓에 역설적으로 토레스의 공격적 생산에 나설 여유도 있었다.

쌍용차는 2022년 자동차 11만3960대를 팔아 다시 10만대 선을 넘어섰는데 이 중 2만16대가 그 해 하반기부터 판매된 토레스다. 쌍용차의 2022년 판매 차종들 가운데 토레스는 렉스턴 스포츠 칸의 2만400대를 뒤이은 2위 차종이다. 반년 동안 팔린 토레스가 1년 동안 팔린 렉스턴 스포츠 칸과 맞먹는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자료=쌍용차)

쌍용차는 토레스의 흥행에 힘입어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41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16년 4분기 이후 23분기동안 이어진 적자 행진을 끝냈다.

KG그룹으로의 매각으로 인수대금 3655억원과 운영자금 3055억원을 합쳐 모두 6710억원을 수혈받았으나 이 자금은 대부분 회생채무 변제와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됐다. 쌍용차의 작년 4분기 흑자전환은 자력으로 피워낸 재도약의 불씨라고 볼 수 있다.

올해도 토레스 효과는 계속되고 있다. 쌍용차는 2023년 1월 자동차 1만1003대를 팔았는데 이 중 5444대가 토레스다. 토레스의 1월 판매량 5444대는 쌍용차의 월별 단일차종 판매량 신기록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2015년 10월 티볼리의 5237대였다. 티볼리 이후 두드러지는 흥행 모델이 없었던 쌍용차에서 토레스는 확실한 무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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