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IPO 명암]계묘년에도 뜨거운 테마…전망은 '엇갈려'⑤에코프로머티리얼즈·필에너지 등 대기…주주가치·거버넌스 변수 무시못해
안준호 기자공개 2023-03-27 07:16:26
[편집자주]
2차전지는 최근 몇 년 사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표적인 흥행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배터리 생산 기업은 물론 밸류체인 하단에 위치한 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주목도가 높아지며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2차전지 IPO의 명과 암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2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2차전지는 기업공개(IPO) 시장 주도 업종이다. 배터리 수요 확대로 인한 증설 경쟁으로 밸류체인 하단에 속한 기업들까지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졌다. 1분기 제이오와 나노팀, 삼기EV가 상장한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이 여럿 존재한다.다만 공모 전망은 예년과 다르다. 유통시장에서 여전히 2차전지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IPO 단계에서는 이미 지난해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기업별로 지배구조나 내부통제 이슈도 있는 만큼 증시 입성 난이도는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 '불패' 신화, 작년부터 균열
연초 이후 현재까지 공모를 마친 2차전지 관련 기업은 3개사다. 제이오와 나노팀, 삼기EV가 IPO 일정을 소화하고 증시에 데뷔했다. 나노팀과 삼기EV는 2차전지,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제이오의 경우 주력은 2차전지가 아닌 플랜트엔지니어링이다. 신소재 생산설비에 설계·조달·시공(EPC)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다만 공모 과정에서는 2차전지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실리콘 도전재 대신 사용되는 탄소나노튜브(CNT) 양산 기술로 특례상장을 추진했다.
2차전지는 아니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성에 기댄 기업도 있다. 1호 IPO 기업이었던 한주라이트메탈이다. 알루미늄 소재 부품 제작 노하우를 앞세웠다. 고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EV)는 경량화 부품을 사용해 차량 자체 무게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이외에도 상장 이후 2차전지용 엔드플레이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상장 행렬이 이어진 것과 달리 공모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한주라이트메탈과 나노팀은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다. 제이오는 353대 1의 경쟁률로 '선방'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삼기EV는 경쟁률이 두 자릿수에 머물며 밴드 하단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결과를 가른 것은 가격과 성장성이다. 상장 직후 주가 흐름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공모가와 실적 가능성을 깐깐하게 따지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기EV는 회사 측이 제시했던 공모가 밴드가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반면 나노팀은 신제품인 열폭주 차단 패드의 성능이 뛰어나 주목하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2차전지 공모 '옥석 가리기'는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는 평가다. WCP의 흥행 실패 이전까지만 해도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네 자릿수 달성이 '일상'이었다. 다만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공모 전략과 전망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연말 상장한 2차전지 믹싱장비 기업 윤성에프앤씨는 수요예측에서 68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올해 증시 입성을 대기 중인 기업들도 이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예비심사를 청구했거나 준비 중인 기업은 에이아이코리아와 티디엘, 필에너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있다. 모두 2차전지 설비나 소재 관련 기업들이다. 각자 특화된 영역을 확보해 기대감이 크지만 100% 흥행을 장담하긴 어렵다.
◇주주가치와 내부통제 등 외부변수 '암초'
가장 많이 거론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양극재의 원료물질인 전구체(Precursor)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배터리 원가 비중은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내재화를 위해서는 전구체 단계부터 노하우가 필요한 셈이다.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공모 착수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주관사 선정 당시 국내 주요 IPO 하우스들이 참전했다. 예심 청구 전이지만 이미 조단위 몸값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공모까지는 변수가 존재한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내부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으로 에코프로 수사에 착수하며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나 에코프로비엠과는 분리된 계열사인 만큼 IPO에 지장이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예비심사를 승인하는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신경쓰지 않을 수 가 없는 이슈"라며 "예심 과정에서 내부통제나 지배구조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 만큼 공모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보인다"고 전망했다.
예심 단계인 필에너지는 물적분할 심사가 변수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분할 자회사 상장에 대해 주주 권익 보호방안을 내놓으며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심사 대상이 됐다. 사실상 첫 심사 대상인 만큼 예심에서도 꼼꼼한 검토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에너지는 지난 2020년 필옵틱스 에너지사업 부문 분할로 설립된 회사다. 주요 제품은 2차전지 구성품을 층층히 쌓아올리는 스태킹(Stacking) 장비다. 국내 배터리 회사인 삼성SDI가 주요 고객사다. 삼성SDI는 설립 전후 20% 지분을 투자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이익이 나는 단계인 만큼 예심만 통과하면 공모는 순항할 전망이다.
2차전지 장비업체인 에이아이코리아는 지난달 거래소 예심을 신청했다.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전해질 중앙 공급장치(CESS)를 만드는 기업이다. 하역과 저장, 공급이 일괄적으로 이뤄져 기존 용기 형태의 캐니스터(Canister)보다 대규모 생산에 유리하다. 이외에도 전고체전지 개발사인 티디엘이 주관사 선정 이후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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