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부동산팀을 움직이는 사람들]우연히 접한 부동산 업무, 이제는 P플랜 전문가로①이민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전기룡 기자공개 2023-03-27 09:14:25
[편집자주]
대형 로펌들은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새롭게 TFT를 발족했다. 고금리 기조로 대형 건설사마저 휘청이자 전문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게 필요했다. 기존 조직만으론 새롭게 불거진 리스크의 법률자문을 제공하기 힘들다고 봤다. 이에 맞춰 부동산·금융·구조조정 등 각분야의 핵심 인력을 한데 모았다. 더벨은 주요 로펌 TFT 대표자들을 만나 부동산 법률자문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바른이 '부동산팀'을 마련한 시기는 2005년이다. 김·신·유 자문팀과 김장리의 부동산금융팀을 영입한 시점과 맞물린다. 전통적으로 송무에 두각을 나타냈던 로펌인 만큼 외부인력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자문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김·광·태·세·율·화·바·지'라 불리는 대형 로펌 중 후발주자로 통하지만 빠른 시간 내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부동산팀 산하에 각종 전문분야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8대 로펌 중 가장 적은 인력(30명)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쌓아오고 있다.
이민훈 변호사(변시 1회·사진)는 바른의 부동산팀 내에서도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프리패키지 플랜(Pre-Package Plan, P플랜)'을 최초로 활용해 골프장운영사의 회생절차를 조기종결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도산과 인수합병(M&A), 지배구조 등 영역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골프장 딜 이후 부동산 자문 본격화
서울대 경제학부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이 변호사는 2012년 바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입사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바른은 자문보다 송무에 강점을 지닌 로펌이었다. 이에 주니어 시절에는 전문분야를 정하기 보다 인수합병(M&A), 도산 등 다방면으로 경력을 쌓았다.
그가 부동산 영역에 뛰어든 건 우연한 계기였다. 삼정회계법인과의 인사교류 자리에서 회계법인의 부동산팀과 친분을 다졌다. 친분은 이후 업무로도 이어졌다. 삼정의 부동산팀과 몇 차례 딜을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자리를 잡았다.
이 변호사는 "당시 삼정과의 인사교류 자리에서 회계법인의 부동산팀과 친분을 쌓았다"며 "삼정의 부동산팀과의 접점 때문인지 그들과 함께 골프장 딜을 클로징했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부동산팀 소속으로서 관련 딜을 담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느새 부동산팀에 자리를 잡은 이 변호사다. 그는 바른의 부동산팀을 소개하면서 '전문성'을 강조했다. 바른이 부동산팀 산하에 부동산실물거래, 부동산개발금융, 사회간접자본(SOC), 해외부동산 등 부문을 배치한 데도 전문성을 보다 끌어올리기 위한 복안이 깔려 있다.
이 변호사는 "초창기 송무팀만 존재했던 바른이 자문팀을 마련한 건 김·신·유와 김장리 출신의 전문 변호사를 영입했던 2005년 무렵"이라며 "자문팀이 생겨난 이후 전문조직인 부동산팀이 구체화됐기에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역사에도 지금은 파트너변호사만 30명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다"며 "전문 영역을 가진 파트너변호사들이 직접 업무를 조율하고 추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퀄리티 높은 법률자문을 제공한다는 특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순천CC, 서울회생법원 기준 P플랜 1호 사건
이 변호사는 레이크힐스순천 컨트리클럽(순천CC)을 골프존에 매각한 사례를 가장 인상 깊었던 딜로 꼽았다. 5년여간 답보상태였던 순천CC의 회생절차를 단 47일만에 처리해 화제를 모았던 딜이다. 서울회생법원 기준으로 P플랜 회생처리 1호 사건이기도 하다.
순천CC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 2013년이다. 주 채권은행이었던 우리은행 주도로 시작됐으나 2017년 말까지 답보 상태를 이어갔다. 결국 우리은행이 워크아웃을 포기하면서 순천CC는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공매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방법도 보이지 않았다.
공매가 이뤄질 시 채권은행과 회원들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골프장의 감정평가 금액과 공매를 통해 낙찰받는 금액과의 괴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순천CC의 공매를 피하기 위해선 P플랜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봤다.
P플랜은 인수자를 찾은 후 과반 이상의 채권자에게 동의를 얻거나 채권자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 개시 전까지 사전계획안을 인가받는 방식이다. 회생법원에 계획안을 사전에 제출하는 방식인 만큼 조속히 회생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당시는 P플랜이 도입된지 2년여가 지났지만 아직 골프장에 적용된 사례가 전무했던 시점이다. 순천CC를 보유하고 있던 오너와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입회금을 낸 회원들 그리고 회생법인까지 2000여명에 달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수반됐다.
이 변호사는 "회원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였다"며 "회원 2000여명의 내역을 회계법인과 함께 정리해야 하는 데다 제한된 시간 내에 사전계획안을 발표해야 했던 만큼 주말에도 숱하게 회생법인을 들락거려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골프존을 인수자로 구해 730억원의 신규 자본이 유입됐지만 재원의 한계가 있다 보니 회원들에게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는 방법도 병행했다"며 "수많은 줄타기 과정이 요구됐지만 5년간 답보상태였던 사업장을 47일만에 정상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이 변호사는 '적극성'을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끝맺음했다. 그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위해서는 신속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변호사의 적극적인 개입이 딜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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