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부동산팀을 움직이는 사람들]'금융 외길' 22년, 이제는 PF 위기대응 전면에①권진홍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전기룡 기자공개 2023-03-08 07:42:45
[편집자주]
대형 로펌들은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새롭게 TFT를 발족했다. 고금리 기조로 대형 건설사마저 휘청이자 전문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게 필요했다. 기존 조직만으론 새롭게 불거진 리스크의 법률자문을 제공하기 힘들다고 봤다. 이에 맞춰 부동산·금융·구조조정 등 각분야의 핵심 인력을 한데 모았다. 더벨은 주요 로펌 TFT 대표자들을 만나 부동산 법률자문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3: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광장은 자문 역량으로 따졌을 때 업계 수위권을 자랑한다.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으로도 광장은 지난해 법률자문 부문에서 인수·매각 분야 2위와 조인트벤쳐·합병 분야 2위, 사회간접자본(SOC)·부동산 분야 6위를 기록했다. 전분야에 걸쳐 두루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권진홍 변호사(연수원 30기·사진)도 광장이 자문으로 이름을 떨치는데 있어 상당 부분 공헌한 인물이다. 광장에 합류해 줄곧 금융그룹에서 근무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 시장에 나온 부실채권(NPL)을 매각하다 보니 유동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꾸준히 프랙티스를 쌓은 권 변호사인 만큼 광장은 그에게 지난해 11월 출범한 태스크포스팀(TFT)의 팀장직을 맡겼다.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팀'으로 명명한 TFT는 기존 NPL팀에 기업구조조정팀, 부동산금융팀, 건설부동산팀, 송무팀 소속의 핵심 인력이 더해진 게 특징이다.
◇NPL 거래 전담, 부동산 PF·실물 부동산까지 저변 확대
권 변호사는 광장에 2001년 입사한 이래 꾸준히 금융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입사했을 당시에도 광장은 자문에 특화됐던 로펌이다. 40~50개의 전문팀 체제를 갖춘 지금보다 세분화되지 않았지만 그때에도 이미 인수자문(M&A)그룹과 금융그룹, 지식재산그룹, 송무그룹, 형사그룹 등 전문팀을 꾸리고 있었다.
많은 전문그룹 가운데 권 변호사가 금융그룹을 택한 이유는 백그라운드의 영향이 컸다. 권 변호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40회 사법시험에서 합격한 인물이다.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보니 금융그룹 업무에 자연스레 애착을 가지게 됐고 실제 지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가 금융그룹을 적으로 삼은 직후에는 주로 NPL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는 IMF 직후였던 탓에 NPL이 시장에 쏟아졌던 시기다. 론스타나 메릴린치, JP모건, 리만브라더스와 같은 외국계 자본들이 저평가된 NPL을 쓸어 담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권 변호사는 주로 매도인 측에서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권 변호사는 "초창기에는 은행권이나 카드업계가 보유하고 있던 NPL을 매각하고 자산유동화법에 따라 유동화하는 업무를 많이 수행했다"며 "이후 NPL이 어느정도 정리되자 금융기관의 투자가 다시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PF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관련 분야에까지 자문 업무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현 자본시장법)이 2004년 도입된 이후에는 대주단을 고객으로 삼았던 것에서 나아가 실물 부동산을 인수·매각하는 자문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의 핵심 내용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통한 실물 투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도 권 변호사는 금융그룹 소속으로서 다방면의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PF나 자산유동화(ABS)와 같은 구조화금융은 물론 NPL 매각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부동산 실물 투자와 관련해서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로고스프라퍼티 등 주요 외국계 고객은 물론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을 대리한다. 광장의 보험팀을 이끄는 이도 권 변호사다.
◇'미얀마 가스전'서 1조대 자금 조달, 신규 TFT 팀장 선임
권 변호사는 지금까지 담당한 수많은 자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딜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을 꼽았다.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인터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 시절 미얀마 서부 해상에 대한 광구 생산물 분배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사업이다.
규모가 규모였던 만큼 포스코인터는 인도국영석유공사,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 인도국영가스회사, 한국가스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사업 지분율 51%와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비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 중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책임져야 하는 과정도 수반됐다.
권 변호사는 포스코인터를 대리해 미얀마 가스전의 투자비를 조달하는 업무를 맡았다. 특수목적법인(SPC) 없이 사업회사인 포스코인터가 차주로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만큼 난이도가 상당했다. 자칫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시에는 회사의 존립 여부도 장담할 수 없어 포스코인터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이 잇따랐다.
그는 "일반적인 개발사업이라면 SPC를 앞세워 진행한다"면서 "향후 차질이 생기더라도 해당 사업위험이 SPC 단계를 넘어 투자자들에게까지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절연효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얀마 가스전은 처음부터 사업회사 명의로 착수됐던 사업이라 여러 사안을 추가적으로 고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차주가 사업회사라는 이유에서 대주였던 차이나디벨롭먼트뱅크(CDB)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막바지 협상 때는 5일간 중국 현지에서 주로 맥도날드 햄버거로만 식사를 해결했다. 차주를 대리했기에 혹여 모를 기한이익상실(EOD) 사유를 최대한 배제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부연했다.
고난이도의 조달 과정을 거쳤지만 미얀마 가스전은 유례없는 성과로 남았다. 국내 기업이 투자한 자원 투자 사업 가운데 극히 드문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4년 12월부터는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에 착수해 지금까지도 포스코인터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권 변호사는 미얀마 가스전 외에도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자산 유동화나 국내외 개발사업의 PF를 책임졌다. 광장도 권 변호사가 금융그룹 내 NPL팀과 부동산금융팀에서 꾸준히 성과를 쌓아온 만큼 새롭게 출범한 부동산 PF 리스크관리팀의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부동산 PF 리스크관리팀은 기존 부실채권팀에 기업구조조정팀, 부동산금융팀, 건설부동산팀, 송무팀의 핵심 인력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꾸려졌다. 참여한 전문가만 50여명에 달한다. 현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요 간사들이 모여 부동산 PF에 대한 이슈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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