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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화학의 변신]정밀화학에 건 기대, 2차전지 '열풍'에 올라탔나①주가 338% 급등...고체 전해질 기대감에 2차전지株 밸류에이션 부여

이호준 기자공개 2023-04-03 07:35:59

[편집자주]

정밀화학 업체로의 변신을 노리는 이수화학이 '인적분할'이라는 한 수를 둔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밀화학 분야에 아예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시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수익성을 보이면서 고민이 커지던 찰나였다. '황 가공기술력'을 접점으로 고체 전해질 원료 생산에 노하우를 가진 이수화학이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향후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수화학의 기세가 무섭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하락한 상황에서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 중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도 이수화학의 차지다. 연성알킬벤젠(LAB)과 노말파라핀(NP) 등 회사의 주력 제품만큼은 타이트한 수급밸런스가 형성돼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업계는 이수화학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수화학이 국내 유일의 황화리튬(Li2S) 양산 가능 업체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화리튬은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물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세계 4위권라는 LAB 시장지위에 더해 이젠 2차전지 기업으로서의 가치 부여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수화학의 특명 '제조 가격을 낮춰라'

이수화학은 1969년에 설립된 합성세제 원료 제조 및 판매업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합성세제의 원료가 되는 LAB과 NP를 생산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같은 합성세제 메이커가 회사의 주된 공급처다. 이수건설과 이수앱지스 등을 자회사로도 이끌며 이수그룹의 '핵심'으로서의 뚜렷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이수화학이 부침에서 벗어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사업년도별로 보면 2018년 64억원, 2019년 94억원의 영업이익을 겨우 내다가 2020년에는 아예 37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건설·바이오 자회사들이 수익성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화학사업이 불황기에 진입하며 수익성이 꺾인 탓이었다.

이수화학이 내놓은 반전카드는 정밀화학 부문이었다. 이수화학이 생산하는 테셔리도데실메르캅탄(TDM), 아이소프로필알코올(IPA), 노말옥틸메르캅탄(NOM), 노말도데실메르캅탄(NDM) 등이 정밀화학 제품들이다. 이수화학은 지난 2000년대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스페셜티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취급 품목을 확대해 왔다.

이수화학의 황화리튬(Li2S) 및 황화물 고체 전해질

이수화학의 필살기는 코로나라는 생각지도 않은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IPA는 의약품부터 손소독제의 원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용도로 활용되는 제품이다. 방역 물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IPA 판매도 늘었다. 더불어 주력인 LAB도 중국 진퉁석유공사 등 시장 공급이 줄면서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수익성 향상이 이뤄졌다.

2차전지 시장의 개화와 함께 정밀화학 부문은 더 중요해졌다. 이는 이수화학이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원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단 기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고체 배터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고체로 된 전해질을 활용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와 폭발 위험이 적다.

이수화학은 고체로 된 전해질의 주원료인 Li2S 상용화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업체로 꼽힌다. Li2S 생산은 황 가공기술력이 핵심인데 자사의 정밀화학 제품인 TDM, NOM 제품 등을 만들 때 황을 가공해 본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이수화학은 Li2S 제조 가격을 낮추고 대량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로 거듭나는 '정밀화학'

정밀화학 부문의 가능성은 '숫자'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예컨대 이수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시황에 따라 7000억~1조원 안팎을 기록해 왔다. 이에 반해 정밀화학 부문은 2017년 162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1000억원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사업 시작 이래 가장 많은 25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대가 쏠리는 지점은 앞으로다. 고체 전해질에 대한 기대감이 이수화학 밸류에이션에 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년간 석유화학 업계가 '다운 사이클'에 접어드는 시점이었지만 이수화학의 시장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일단 생산 품목이 비슷한 LG화학(34%↑)과 SK이노베이션(20%↓) 등 경쟁사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2022.03.29~2023.03.29 / KRX

반면 이 기간 이수화학의 주가는 338% 상승했다. TDM과 NOM, NDM 등 정밀화학 제품 공장의 가동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여 향후 더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주력 제품인 LAB도 시황 호조와 타이트한 공급이 최소 2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Li2S 실제 공급까지 이뤄지면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

회사는 아예 합성세제 원료 전문업체에서 정밀화학 업체로 사업구조를 바꾸려는 모습이다. 이수화학은 이달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회사는 인적분할을 통해 석유화학 부문의 이수화학과 정밀화학 부문의 이수스페셜티케미컬(가칭)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된다.

업계는 정밀화학 부문의 성장성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한 수로 내다보고 있다. 이수그룹은 지난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김상범 회장(26.6%)→㈜이수(24.77%)→이수화학'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지배구조를 확보했다. 인적분할로 인한 지배력 확대 등의 잡음 없이도 정밀화학의 성장가치를 확실히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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