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다음 타깃은 해외 반도체 소부장? 포트폴리오 '선택과 집중' 가능성 열어둬…박정호 "SK㈜와 합병 염두 안 둬"
이장준 기자공개 2023-03-31 12:53:24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스퀘어는 반도체·ICT 투자전문회사를 기치로 내걸었다. 다만 출범 이후 현재까지 투자는 ICT 분야에 치중돼 있었다.이에 따라 SK스퀘어는 주력 포트폴리오인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반도체 밸류체인 투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보다는 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와 순자산가치(NAV)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일부에서 모회사인 SK㈜와 합병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박정호 부회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경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유연한 포트폴리오 전략, 반도체 투자 겨냥 "국내보단 해외"
SK스퀘어는 3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025년까지 포트폴리오 투자성과(Harvest), 배당금수익, 레버리지(leverage) 등을 통해 3조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와 ICT플랫폼 투자를 가속하겠다는 구상이다.
작년 결산 기준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투자회사로서 레버리지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사진)은 "부채 많은 회사들이 고금리 시대에 고통을 받고 있는데 SK스퀘어는 무차입경영으로 투자를 훨씬 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저금리 시대에선 스토리만 믿고 쉽게 투자할 수 있었지만 그런 시대는 종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오히려 지금 같은 다운턴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성공적인 투자는 경쟁력 높은 회사를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이라 믿는다"며 "다운사이드 시장에서 혁신적인 좋은 회사를 우리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보유한 자산 외에 출범 이후 SK스퀘어는 온마인드, 코빗, 그린랩스, 해긴 등에 새롭게 투자했다. 디지털 휴먼, 가상자산 거래소, 애그테크(Ag-tech), 글로벌 게임 등 ICT 플랫폼 영역에 치중돼 있었다.
이제 SK스퀘어는 크게 신규투자 영역을 △반도체 밸류체인(부품, 장비 등) △미래 ICT플랫폼(AI, 웹3 등)으로 정의하고 글로벌 투자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거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 오퍼레이션 투자 거점을 설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직 본격화하지 못한 반도체 밸류체인 투자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국내보다는 해외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지를 중점 체크하고 있다. 과거 15조원이 넘는 가치를 지닌 키옥시아(당시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를 10조원의 밸류로 할인해 투자한 것처럼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그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는 일본에 상당히 많은데 일본에서는 1주만 사더라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어 좋은 테크기업을 사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최근 반도체 타운턴이나 글로벌 변화로 일부 허용해주는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는 점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챗GPT(ChatGPT)가 촉발한 급격한 대외 변화에 발맞춰 기술적 변곡점을 준비하는 회사도 주목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가상화폐나 웹3 등에 대한 새로운 기술 진행이 글로벌 거시 경제 위기와 함께 논의가 멈춘 상황이지만 다수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회사를 보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과 인력에 투자하고 인프라를 갖춘 곳을 주목한다"고 전했다.
SK쉴더스 딜처럼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SK스퀘어는 현재 SK텔레콤에서 분할하면서 콘텐츠웨이브, 11번가, 드림어스컴퍼니, 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 FSK L&S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니지먼트 관점에서 볼트온, 전략적 파트너와 협업 등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겪고 있는 11번가는 커머스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안에 다른 사업자와 연합해 스케일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암시했다. e스포츠 팀 T1을 보유한 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 역시 '페이커' 같은 IP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화할 계획이다.
다만 선택과 집중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일부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많은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리에 대한 논의는 매일하고 있다"며 "현재 포트폴리오 중에 피를 흘리고 있는 건 없지만 집중해야 할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주는 노력도 많이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K㈜와 합병 가능성 부인
이번 주총에서는 SK스퀘어가 모회사인 SK㈜(30.01%)와 합병을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SK㈜가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가 아닌 자회사로 둘 수 있어 M&A 등 유리한 측면도 존재한다. 다만 SK 오너가 지배력이 커지고 소액주주들이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한 주주는 "SK스퀘어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SK㈜ 지분이 더 높아지는데 결국 합병을 고려한 조치가 아니냐"고 물었다. 다른 주주도 "SK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는데 합리적인 비율로 SK㈜와 합병하는 게 경영진이나 주주 입장에서 '윈-윈' 아니겠나"라고 질의했다.
이와 관련 박 부회장은 그럴 목적을 갖고 경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신임 CEO인 박성하 사장이 SK㈜ 출신이라 그렇게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사주 소각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주주 환원이고 사실 SK스퀘어처럼 언더밸류가 되면 어떤 누구라도 합병하고 싶은 마음은 들 수 있지만 현재 어떤 상황에서도 합병하려고 경영하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반도체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SK㈜와 합병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지도 않다"며 "앞서 SK텔레콤과 분할 비율에 따라 6만원으로 출발한 주가가 지금은 떨어졌는데 최대한 SK스퀘어만의 아이덴티티와 성장성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주와 소통 창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한 주주가 IR 측과 소통이 어렵다고 지적하자 박 부회장은 "회사가 명동 한가운데에 있는 만큼 주주들이 찾아와 얘기할 공간은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좋은 지적이라 시정할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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