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0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제 입국해서 아직까지 한숨도 못 자 정신이 없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최근 만난 고영테크놀러지(고영)의 A이사는 피곤한 눈을 부비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스페인에 새 R&D 센터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마무리짓고 귀국한 차였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포르투갈 인력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장점이 있지만 해당 지역은 스페인에서 AI 컴퓨터 사이언스로 가장 유명한 기관이 있고 우수한 엔지니어가 풍부하다고 평가되는 지역이라 센터 설립을 결정했다."
고영의 글로벌 '탤런트 워(Talent war)'의 단면이다. 탤런트 워는 1997년 맥킨지가 숙련된 인재의 영입 전쟁이 글로벌로 확대되는 트렌드를 표현한 말이다. 하이테크 시대의 도래와 인구통계학적 변동으로 '인재 쟁탈전'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된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 글로벌 기업의 인재영입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글로벌 3D SMT(표면실장) 검사 1위에 빛나는 고영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영의 탤런트 워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프로의식과 닮았다. '왼팔 강속구 투수는 지옥 끝까지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격언처럼 우수한 AI(인공지능) 및 머신비전 엔지니어 조직이 있다면 지구 어디든 가겠다는 결기가 있다.
전쟁의 장기화 때문에 미결 프로젝트가 됐지만 우크라이나 역시 동유럽 권에서 가장 유력한 R&D 센터 후보군이었다. 고영은 우크라이나 모처의 IT 기관 역량이 뛰어나다는 소식을 접하고 센터 설립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했지만 전쟁의 기운을 감지한 고광일 대표가 직접 '홀딩'을 지시했다. A이사는 "진흙 속 진주를 찾은 듯 했지만 임직원을 위험에 노출 시킬 수는 없다는 방침으로 설립을 접었다"고 회고했다.
고영이 전 지구적 탤런트 워에 나서는 까닭은 간명하다. 고영이 그리는 AI 스마트 팩토리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엔지니어의 집단지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국가 내에서 모든 기술을 소싱하기가 힘든데다 전 세계를 커버하는 고영의 제품이 무결점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엔지니어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모수가 많아지면 오류가 적어져 기술적 완성도가 올라간다. 한국과 스페인의 산업 환경은 엄연히 다르다.
고영은 이미 2016년 미국에 AI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대비했다. 삼성전자보다도 1년 빨랐다. 현재 12개의 해외법인과 별도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베트남, 스페인 등에 연구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당장 AI, 스마트팩토리 제품과 연동돼 매출도 내고 있다. 고영은 지난해 2754억원의 최대 매출액(영업이익 443억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탤런트 워의 진가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고영이 다음 탤런트 워의 공략지로 검토하고 있는 국가는 멕시코다. 이유를 묻자 A이사는 "영업기밀"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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