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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의 뉴 플라이트]'클래스가 다른' 대한항공 퍼스트 만든 장신의 회장③"벤츠S 8대 태운 비행기" 자랑하던 193cm 회장…'3클래스·명품좌석' 기조 확립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11 07:17:01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키가 크다. 키가 크면 여러 장점이 많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소소한 단점도 따라온다. 대표적인 게 비행기 좌석의 불편함이었다. 대한항공의 주역으로 항공기 탈 일이 부지기수였지만 193cm의 흔치않은 키의 조 회장은 '퍼스트 클래스'를 타도 몸을 쉽게 움직이기 어려웠다.

조 회장은 그래서 상위 클래스인 프레스티지석과 일등석의 좌석을 디자인할 때 스스로 모델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190cm가 넘는 장신도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어 승객 99%가 만족할 것을 자신한다"고 했다. 2009년 대한항공 입사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선 것도 보잉의 최신 기종 도입과 함께 그가 주도한 '명품좌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조 회장은 기존의 좌석을 기성복으로, 바꾼 좌석을 맞춤복으로 설명했다. 맞춤복은 영국의 항공 전문 디자인업체 아큐맨(Acumen)에 주문했다. 맞춤복 한 벌의 가격은 2억5000만원, 당시 벤츠S 클래스의 가격과 맞먹는 돈이었다.

◇상징성이었던 '퍼스트'를 수익모델로 바꾼 조 상무

대한항공의 상징 중 하나는 슬로건이다. '엑설런스 인 플라이트(Excellence in Flight)', 직역하자면 최고의 비행이라는 의미다. 2004년 만든 슬로건으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홈페이지와 광고 등 곳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완벽한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가 20년째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9년 '코스모 스위트' 공개 행사에 참여한 참석자들. 사진=대한항공

항공사에게 서비스의 척도는 '클래스' 운영이다. 대한항공은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과 일등석(퍼스트) 두 가지 승급 클래스를 운영한다. 일반 좌석을 포함하면 3단계 시스템으로 조 회장이 상무 시절 구축한 단계가 그대로 남아있다. 직전인 2000년대까지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퍼스트, 프리미엄 퍼스트 등 4단계로 나뉠 때도 있었다.

지금도 퍼스트 클래스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만해도 선택받은 자들만 탈 수 있는 꿈의 좌석이었다. 한 비행기에 퍼스트 좌석이 한 손에 꼽을 만큼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등석은 사업의 영역보다는 '상징성'에 가까웠다. 이런 승급 클래스를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바꾼 인물이 조 회장이다.

조 회장이 여객사업 주도권을 잡으며 퍼스트와 비즈니스 좌석이 늘었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소개한 신형 보잉기(B777-300ER)에는 일등석이 8좌석 구비됐다. 1990년대 대한항공의 서울발 로마행 비행기가 퍼스트 3석, 비즈니스 8석을 운영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2010년대 '하늘 위 호텔'이라고 불렸던 A380에는 퍼스트 12석이 구축됐다.

대형기 도입으로 좌석이 자연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다. 지금의 클래스 좌석 기준을 만든 B777-300ER은 기존에 운영했던 B777-300기종과 크기가 같았지만 비즈니스 석은 28석에서 56석으로 2배를 늘렸다. 대신 상급 클래스의 가격은 10% 인상됐다. 2009년 인천과 뉴욕 노선의 코스모 스위트 왕복 요금은 1110만원, 프레스티지 슬리퍼는 755만원을 받았다.

◇좌석 교체비용 10배 들인 '코스모 스위트'

현재 대한항공 상급 클래스 좌석 디자인은 2009년 조 회장이 들여온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코스모 스위트 등의 좌석이 '2.0'을 붙여 일부 진화했다. 햇수로 치면 14년째 같은 모델을 유지 중인데, 게으른 변화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신규 좌석을 도입할 때 그만큼 공력을 다했다.

좌석 교체사업은 조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에 3년을 공들였다. 본래 일등석 좌석 교체 가격이 2500만원이었는데 10배를 늘릴만큼 파격적인 투자였다. 2009년까지 보유기 17대, 신규기 9대에 최신식 좌석을 설치했고 2011년까지 2억 달러를 투자해 보유기 32개의 좌석을 바꿨다. 2024년까지 신기종 38대에 추가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워 이뤘다.

대한항공 보잉747기에 탑재된 코스모 스위트 2.0 사진=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의 상징은 '코스모 스위트'다. 스위트룸에서 따온 이름으로 하늘 위 호텔 서비스를 뜻한다. 보잉747기와 에어버스A380 등 일부 대형기에서만 운영 중이다. 앞서 말했듯 좌석 제작 가격이 14년전 2억5000만원을 넘었다.

가장 큰 특징은 프라이빗 공간이다. 독립된 작은 방을 지향하는 디자인으로 180도 펼쳐지는 좌석과 개인용 모니터, 언제든지 제공되는 식사 등을 지원한다. 에어버스A380에는 간이 문이 없는 디자인으로, 보잉747기에는 아예 문까지 달려 100% 독립적인 공간을 갖췄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대한항공에서 프레스티지 클래스로 일컫는다. 180도 침대형 좌석이 설치돼 있다. 주류를 포함한 웰컴 드링크와 기내식, 라운지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좌석은 대형기 A380을 기준으로 1열에 6좌석이 배치된다. 프레스티지 클래스의 좌석 제작 가격은 5000만원 수준이었다.

퍼스트 클래스와 다른 점은 식사를 언제든 주문하는 온 디맨드(On-Demand) 서비스와 탑승 전 올 케어 서비스가 없고 좌석 길이가 다소 짧다. 퍼스트 클래스의 좌석 길이는 2m가 넘고 프레스티지 클래스는 188cm 수준이다.
대한항공 에어버스 A380에 설치된 프레스티지 슬리퍼 좌석. 사진=대한항공

◇'공들인 자식이라도…' 탄력적인 프리미엄석 운영

조 회장의 프리미엄석 운영 전략을 요약하자면 '탄력 경영'이다. 2015년까지는 퍼스트와 비즈니스 좌석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회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전체 노선의 70%에서 일등석을 없애는 개편안을 단행했다. 팬데믹 상황이 마무리된 후에는 지난해부터 일등석 운영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긴축 경영 시기에는 클래스 운영을 줄였다. 2019년에는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국제선 27개 노선의 운영 방식을 투 클래스로 바꿨다. 미주와 유럽 노선에는 대부분 남겼고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줄였다.

조 회장은 2020년 팬데믹으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면서 미국 뉴욕, LA 노선을 뺀 전 비행기의 일등석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퍼스트 클래스의 핵심인 기내식 서비스가 불가해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엔데믹으로 흐름이 바뀌며 일등석 운영이 대대적으로 재개됐다.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애틀랜타와 샌프란시스코,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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