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1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QT파트너스는 자본시장에 문외한이라면 생소한 회사다. 하지만 수식어 하나만 더 붙이면 인지도는 급상승한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발렌베리 가문 인지도의 9할 이상은 삼성그룹에 있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선과 승계 롤모델로 발렌베리 가문을 언급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물론 이미 발렌베리 가문은 우리의 삶에 자리 잡고 있다. 유럽 가전의 대명사 '일렉트로룩스', 건설장비업체 '스카니아',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한 '아스트라제네카'가 계열사들이다.
EQT파트너스의 존재감도 대단하다. 1994년 설립 이후 탁월한 투자 성과를 내면서 작년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AUM) 120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이 주요 활동 무대지만 지난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출신인 서상준 대표를 새롭게 영입하면서 한국 시장 공략을 공식화했다. 이어 올 초 SK쉴더스 인수를 발표하면서 한국 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얼핏 보면 남 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 도련님의 화려한 국내 입성 정도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EQT파트너스가 안고 있는 고민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먼저 서 대표가 작년 초 한국법인을 만들 즈음 EQT파트너스 글로벌 본사가 아시아 사모대체 투자 시장 맹주였던 베어링PEA를 인수했다.
베어링PEA가 한국 시장 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새롭게 터를 닦으려는 EQT파트너스에 고민거리가 됐다. 베어링PEA는 김한철 대표를 중심으로 한라시멘트, 로젠택배 바이아웃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덕분에 국내 시장 내 입지가 탄탄했다. 자연스레 EQT파트너스와 베어링PEA 간 보이지 않은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다만 샅바싸움도 하기 전에 돌발변수가 터졌다. 베어링PEA가 글랜우드PE와 진행하고 있던 PI첨단소재 M&A 협상이 결렬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베어링PEA는 M&A 선결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인수 계약을 해제했다. 거래 상대방이었던 글랜우드PE는 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PI첨단소재에 투자했거나 돈을 빌려준 국내 기관 투자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큰 손인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PI첨단소재 딜이 원활히 끝날 것이라고 보고 수익 가결산을 했다가 베어링PEA의 계약 해지로 오히려 평가손실을 봤다.
불똥은 EQT파트너스에도 떨어졌다. SK쉴더스 딜을 한참하고 진행하고 있던 와중에 국내 평판 훼손의 여진을 그대로 받아내야 했다. 베어링PEA와 한데 묶여 먹튀 이미지까지 덧씌워지면서 투자자 미팅을 잡는 것 조차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 인수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딜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한국 시장에 재대로 상륙하기도 전에 몰아친 각종 악재들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들도 적지 않다.
EQT파트너스가 시장의 오해와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실력과 선관주의 의무에 입각한 신뢰뿐이다. 발렌베리 가문 입장에선 한국 시장은 글로벌 타깃 중 하나일 뿐이다. 명성에 누가 된다면 과감하게 철수할 수도 있다. 그 무게감을 지금 '서상준'호(號)가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발렌베리 가문의 유명한 원칙이다. 현재 EQT파트너스에 필요한 조언이기도 하다. 어깨 위의 짐을 천천히 시간을 갖고 하나 둘 내려놓은 일, 그것이 지금 필요한 홀로서기의 선결 조건이다. SK쉴더스 딜을 밀어붙였던 그 뚝심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리 먼 미래의 일도 아닐 것이다. EQT, welcome to Korea. All i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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