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2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유럽에서도 활발하게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 싱가포르처럼 거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투자 성과 측면에서 여타 지역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유럽에서 선전할 수 있는 비결은 '게임'이다. 다른 섹터는 제쳐두고 게임 섹터에 집중하고 있다. 그 배경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박상호 상무(사진)'가 자리하고 있다. 유럽 게임 스타트업 시장을 개척한 한국의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바로 박 상다. 유럽 게임 업계에선 이미 '박상호'란 이름이 한국 VC를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게임사에서 출발한 커리어, 게임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자리매김

박 상무는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게임 섹터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커리어 시작도 게임사였다.

1980년생인 박 상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NHN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NHN은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쳐져 있던 시절이었다. 게임 관련 업무를 하던 중 2009년 스마트폰의 도입과 함께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NHN에서 스마트폰 게임사업팀을 신설했고, 이때 박 상는 게임 소싱 담당으로 합류했다. 주류였던 피처폰과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게임 개발사들과 접점이 생겼다.

그는 이때부터 패러다임 변화에 편승해 벤처캐피탈리스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컨설팅펌으로 적을 옮겼다가 NHN에서 동고동락했던 박영호 조이시티 대표가 재직하고 있던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인연이 닿았고, 이직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2년 8월 한국투자파트너스에 합류했다.
그는 관심 영역이었던 인터넷·소프트웨어 전반을 주력으로 삼고 투자활동을 시작했다. 네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을 발굴해 1호 투자에 나섰다. 2015년부터는 주력 투자분야를 게임으로 좁혔다. 지역과 인종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한 번 성공하면 장기간 수익률을 안겨주는 매력에 끌렸다. 특정 산업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지역에 따른 페널티는 없었다. 단순히 게임 개발사로 투자 대상을 국한하지 않고 인터랙티브 콘텐츠(interactive content)로 확장하며 폭 넓은 투자행보를 이어나갔다.

그는 국내 대표 게임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성장했다. 글로벌 게임산업 헤게모니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과 함께 글로벌 게임시장 빅4로 꼽힌다. 박 상는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국내 벤처캐피탈이 가지 못했던 글로벌 게임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해나갔다. 유럽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가 투자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대목은 사람이다. 어떤 이들이 모여있는지, 어떤 컨셉트를 가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맨파워가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대표 요인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역동성까지 두루 살핀다. 자신들만의 에고를 고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집단이 마일스톤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철학을 기반으로 투자활동을 벌이면서 그는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그는 남다른 친화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피투자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글로벌 투자사들과도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글로벌 투자에서 가장 어렵다는 문화적 장벽이 박 상에게는 이렇다 할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반기 미국 동부 오피스 개설 검토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유럽 투자는 박 상무가 거의 전담한다고 보면 된다. 투자 성과도 괄목할만 한다. 그의 투자 철학을 기반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시리어슬리는 그의 투자철학이 모두 녹아있는 대표 투자 포트폴리오다. 시리어슬리는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핀란드의 로비오(Rovio) 출신들이 설립한 모바일 게임사다. 박 상무는 우수한 창업가들이 모인데다 역동적인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시리어슬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유일한 걸림돌은 생소함이었다. 시리어슬리 입장에서는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다소 생소한 투자자였다. 박 상무는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시리어슬리에 한국시장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라는 박 상의 설득 전략이 먹혀들었다. 500만달러(한화 58억원) 투자로 이어졌다.

박 상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 시장은 손에 꼽힐 정도"라며 "이 점을 부각하면서 브랜드가 약했던 핀란드 시장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리어슬리는 2019년 글로벌 게임사인 '플레이티카(Playtika)'에 인수합병됐다. 자연스레 한국투자파트너스도 투자금 회수가 이뤄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거머쥔 회수총액은 175억원이다. 투자 원금 대비 멀티플 기준 3배, 내부수익률(IRR) 기준 32%의 성적을 거뒀다. M&A 계약에 따라 향후 시리어슬리가 일정 수준의 경영실적을 달성할 경우 추가로 초과 이익 공유받는다. 회수 성적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리어슬리와 마찬가지로 '박상호'라는 이름이 유럽시장 내 브랜드로 통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된 또다른 포트폴리오로 폴란드 게임 개발사 '휴즈(Huuge)''가 있다. 시리어슬리 투자로 유럽 지역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에 대한 존재를 알렸는데, 그즈음 투자자를 모집하던 소셜카지노 업체 휴즈가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먼저 찾아왔다.

당시만 해도 휴즈는 소셜카지노 게임 론칭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투자를 담당했던 박상호 상는 두 가지에 주목했다. 휴즈의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가진 데이터 드리븐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소셜카지노와 달리 유저 간 연합을 만드는 길드(Guild) 서비스 구상 등 차별화 요인이 먹혀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저없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투자를 단행했다. 시리즈A 단계에서 400만달러를 투자해 전환우선주(CPS)를 확보하는 구조였다. 이후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 휴즈에 다른 국내 벤처캐피탈들을 연결하며 지속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팔로우온까지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총 세 차례에 걸쳐 휴즈에 투자했다.

모험자본의 지원 속에 휴즈는 성공적으로 게임을 론칭해 성공시켰다. 2021년 2월 폴란드 증시에 입성했고, 한국투자파트너스도 투자금 회수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회수 성적만 놓고 보면 예상 멀티플은 20배에 이른다.

향후에도 박 상무 중심으로 유럽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유럽 공략을 위해 유럽 동부지역에 오피스 개설을 모색 중이다. 박 상로서도 한층 공격적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