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창사 이래 최대규모로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 소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투자 대상은 2차전지 분야 기업인 피엔티다. 투자 검토 중에 MBK파트너스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지만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최종 승자가 됐다. 피엔티에 1000억원을 투입하면 드라이파우더(미소진금액)는 20% 미만으로 내려간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피엔티는 15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최대 투자자로 이달 19일 피엔티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대금 1000억원을 납입할 예정이다. 같은 날 NH투자증권과 IBK캐피탈은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나머지 500억원 규모의 RCPS 인수 대금을 치른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투자금 전액을 '엔브이메자닌플러스'로 충당할 방침이다. 이 펀드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여섯 번째 블라인드 펀드다. 2021년 5월에 창사 이래 최대인 63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피엔티 투자가 완료되면 엔브이메자닌플러스의 잔여 금액은 드라이파우더는 1000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성 금액의 약 16% 수준이다.


피엔티는 2차전지 분야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전극 공정에서 국내 1위다. 최근 시장 성장에 따라 호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4178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77억원, 당기순이익은 597억원으로 각각 43%, 13% 늘었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피엔티의 전방산업인 2차전지 분야의 성장성이 높고 시장 내 경쟁우위를 확보한 만큼 추가적인 상승잠재력(Upside potential)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투자를 추진했다.

1년 전부터 피엔티 경영진을 접촉하며 딜 성사에 공을 들였다. 그러다 MBK파트너스가 등장해 경영권 인수를 논의하면서 투자가 불발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피엔티와 MBK파트너스의 협의가 난항을 겪었고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빈자리를 꿰찼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함께 투자할 곳도 확보하면서 부담을 덜었다. 피엔티에서는 1500억원 조달을 희망했다. 이에 피엔티 투자를 꾸준히 눈독 들이던 NH증권·IBK캐피탈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주특기인 치밀한 하방안전성(Downside Protection) 확보도 했다. 상환금리 스텝업 구조로 주가 상승이 제한적인 경우에도 상환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상환가액은 IRR 연 복리 3%를 적용한 금액이다. 납입일 5년이 경과한 날부터 우선주 존속기간(2029년)까지 매년 연 복리 3%포인트씩 상승하도록 정했다. 상환기일까지 상환하지 못하면 연 단리 15%를 적용한 금액을 지급받는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는 향후 시장에서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를 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보호예수 기간인 1년이 지난 후 주가 추이를 살피면서 엑시트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초 전환가액은 5만305원이다.

앞으로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피엔티가 현재 사업계획보다 수주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경우 시설투자(Capex)나 운영자금 마련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그 시점의 실적과 주가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한 뒤 추가 투자를 고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