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은 지금]'잊어야 온다'던 직구 택배, 당일배송 되기까지②1세대 '아이허브' 손잡고 풀필먼트 노하우로 '속도전'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14 07:34:16
[편집자주]
과거 물류사업이 국내 택배를 중심으로 했다면 최근에는 초국경택배(CBE)와 합종연횡 사업으로 진화했다. 국내 1위 물류 기업으로 꼽히는 CJ대한통운도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직구와 국제 물류, B2C를 표방한 통합 배송 브랜드 '오네'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됐다. 더벨이 체질개선 드라이브에 나선 CJ대한통운의 지금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2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과 인천의 인연은 깊다. 과거 국제 물류의 유일한 창구였던 곳이 인천항이다. 1950년대에는 겨울철 항구에 배가 들어오면 얼음이 녹는 걸 기다리느라 짐을 내리는 데만 보름이 걸렸다. 1970년대 문을 연 대한통운항공화물은 비행기로 국제화물을 날랐다. 지금 CJ대한통운은 인천국제공항에 글로벌배송센터(GDC)를 세웠다. 빠르면 하루 만에 해외 '직구' 물건을 보낸다.초국경택배(CBE)는 지난해 말부터 쓰인 용어다. 국가간 전자상거래로 바꿔보면 어떨까. 1990년대에도 글로벌 전자상거래라는 용어를 활용했다. '직구'가 일반 소비자의 생활에 침투한 지 만 12년이 됐다. CBE는 용어가 생소할 뿐 역사가 짧은 서비스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CJ대한통운은 오랜 서비스인 CBE를 신사업으로 분류했다. 이전의 국가간 운송 서비스와 지금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제 배송품이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됐다. 정확하기만 해도 안심이었다.
이제는 이번주에 입을 옷을 오늘 주문한다. 옷 배송에 몇달이 걸리면 유행이 변하는 시대다. 때문에 속도가 관건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별 거점과 물류창고, 풀필먼트 등의 하드웨어가 필수다. CJ대한통운의 초국경택배는 어디까지 배송됐을까.
2011년 연말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둔 한 배송 대행사는 '직구' 강의를 열었다. 해외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던 시기다. 블랙 프라이데이며 각종 할인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품절된 상품을 구하기에도 제격이었다.
이전까지는 구매대행 사이트가 유행이었는데 구대 수수료가 물건값의 10%에 국제 배송료까지 붙어 비쌌다. 똘똘한 소비자들이 구대에서 직구로 갈아탔다.
단점이라면 느린 배송이 꼽혔다. 해외직구가 자리를 잡았던 2014년에도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적어도 열흘의 배송기간이 필요했다.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등 2010년대 문을 연 중국의 해외직구 웹사이트들은 아예 '구매한 사실을 잊어야 온다'는 게 기정 사실이었다. 일반배송을 기준으로 2주에서 두 달이 소요됐다.
배송이 느렸던 이유는 거치는 과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배송이 가장 빨랐던 아마존도 세 번의 과정이 필요했다. 한국의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면 미국 내 배송대행사 창고로 제품을 보낸다. 그 뒤 배송 대행사가 다시 국내 배송을 시작하고 국내에 도착하면 또 한 번의 운송업체를 거친다. 때문에 열흘은 고사하고 여러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잦았다.
CJ대한통운은 택배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직구' 배송 점유율이 25%로 국내 1위다. CJ대한통운의 현재 직구 물품 배송 기간은 빠르면 하루다. 배송 속도를 2~5일로 단축한다는 목표다. 물품을 산 다음날 배송이 완료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익일배송이 이뤄진다면 국내 일반 배송보다도 신속하다.
◇GDC 구축한 대한통운, 미국에서 샀지만 한국에서 배송한다
빠른 배송의 핵심은 풀필먼트(Fulfillment)와 물류센터다. 판매업체가 운송업체에게 물류 배송의 전과정을 일임한다는 의미인데 배송뿐 아니라 보관과 포장, 재고관리, 교환이나 환불서비스도 풀필먼트가 대행한다. 풀필먼트 체계 아래에서는 아예 배송 업체가 물건을 보관하다 보낼 수 있어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CJ대한통운이 2018년부터 미국의 천연식품 전문 기업 '아이허브'와 협업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CJ대한통운은 2018년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단지에 아이허브 GDC를 조성했다. 아이허브 GDC의 규모는 연면적 1만4000㎡ 수준이다.
수혜는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에게 미친다. 아이허브에서 해외 물품을 구매하면 현지가 아니라 인천공항 GDC에서 배송되는 식이다. 빠르면 하루만에 직구 물건을 받는다. 인천공항 GDC에서 출발하면 미국발보다 도착 시간이 현격히 준다.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관세법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 발송된 물품을 받지만 배송시간은 2~3일 수준이다.
알리익스프레스도 CJ대한통운의 손을 잡았다. 시기가 좋았다. 지난달 알리바바그룹 산하 물류사업 부문인 차이니아오와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알리익스프레스는 3월 당근마켓을 제치고 국내 쇼핑앱 부문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은 아예 주말을 포함해 3~5일 도착을 보장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일과 익일배송도 가능하다.
CJ대한항공이 하루에 소화하는 해외 직구 물량은 3만5000박스다. 인천공항에 운영 중인 특송센터(ICC·상품을 보관하지 않고 통관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시설) 덕이다. 시설 확충으로 연내 하루 6만박스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CBE물류 서비스 대상 지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국이다. 미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폴, 필리핀 등이 포함됐다.
초국경택배 사업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07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20조원이 예상되고 2026년에는 17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CBE의 근간인 직구 시장도 매년 성장 중이다. 지난해 관세청의 집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직구 규모는 8838만건이다. 2018년 대비 약 2.7배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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