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재계 트렌드에서 오너경영은 '구태'의 산물로 평가된다. 상장사에 있어선 '오너'라는 말 자체도 맞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이사회 중심' 경영을 독려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이사회는 대주주 혹은 오너를 내쫓을 만큼의 막강한 권한을 쥔다. 국내 재계 역시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하는 분위기다.하지만 재계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업계가 있다면 제약바이오다. 셀트리온의 강력한 오너십인 서정진 회장의 복귀가 전해지면서 주가는 상승했다. 보령의 주총장에 오너 3세가 직접 나서 우주투자를 설득하자 여론은 긍정적으로 급반전했다. 일동제약은 오너 3세의 주도로 코로나19 치료제 등 신약 연구개발(R&D)을 밀어붙이며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
혁신 투자나 기업의 체질개선에 오너십이 활용되며 오너경영이 주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기업 자체적으로 볼 떄 보수적이고도 폐쇄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오너경영이 힘을 받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지점이 있다. 호흡이 긴 R&D에 투자해야 하는 만큼 오너 아니면 결단하기 어렵다.
바이오사의 경우엔 기술이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R&D의 주축인 창업주가 경영의 중심에 선다. 창업주가 곧 밸류에이션이 된다. 스타 오너가 탄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약사 역시 R&D를 통해 무형의 자산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키워야 하는 만큼 실패의 리스크를 짊어질 배짱이 필요하다. 단기성과로 평가받는 전문경영인이 10년 이상의 미래를 보고 베팅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오너십이 지지를 받는 이유다.
그래서 제약바이오업계의 오너십에 대해 국내 재계 트렌드나 글로벌 기업의 잣대로 마냥 잘못됐다고만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점은 한번 생각해볼만 하다. 오너십이 꼭 열위한 지배구조의 다른 말이어야 하는지.
오너 중심의 이사회,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 역할이 모호한 지주사, 특정 돈버는 상장사를 통한 오너 가족회사 혹은 비상장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 오너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배구조와 독단이 가능한 의사결정 시스템은 오너십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서정진 회장이 최근 정기주총장에서 복귀를 공표하며 밝힌 한마디는 업계가 공통적으로 생각해 볼만 하다. "오너가 잘하는 일, 전문경영인이 잘 하는 일이 따로 있습니다.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너십과 이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 주주들의 권익이 보장되는 의사결정 체제,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까지. 본질적으로 제약바이오업계서 오너십이 힘을 받는 건 장기적 R&D 투자를 위한 하나의 경영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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