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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너지 메자닌 EOD]1100억 유출 돌발 변수…재무구조 부담 없을까①대규모 자본지출 앞두고 상환 청구 릴레이

양정우 기자공개 2023-04-27 08:25:12

[편집자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환사채 EOD(기한이익상실)가 메자닌 투자자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시기에 대규모 현금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할증 발행의 부작용이 나타난 결과라는 시각이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의 고유 특성과 국내 시장 특유의 사정이 맞물려 드러난 이번 사례를 되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0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1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서 운용업계에서 숨가쁘게 상환을 청구하고 있다. 피인수 전 옛 일진머티리얼즈 당시 발행한 메자닌이지만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EOD 요건이 충족됐다.

메자닌은 투자자 입장에서 꽃놀이패다. CB의 경우 주식 전환과 자금 상환이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발행사는 종국적으로 상환에 나서고자 CB를 찍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금을 되갚는 대신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해 주식 매도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1000억원 대의 자금이 단번에 유출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물론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유동성과 자체 현금 창출력을 고려하면 감내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대대적 설비투자(CAPEX)를 수반한 사업 모델과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을 감안할 때 녹록지 않은 이슈로 여겨진다.

◇미래에셋증권 인수물량 1100억 셀다운…주가 바닥 시점서 EOD 난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과거 일진머티리얼즈 시절 발행한 제1회차 CB에서 EOD가 발생하면서 이달 초를 전후해 투자자가 대거 상환 요청에 나섰다.

이 CB의 전환가액은 16만5500원(리픽싱 가액 14만8950원)으로 현재 주가(20일 기준 6만5300원)보다 2배 이상 높아 전환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본래 풋옵션 행사기일은 내년 말부터다.

EOD가 발생한 사유는 최대주주 변경이다. 허재명 전 사장(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이 보유 지분 53.3%(2조7000억원)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한 건 지난해 일단락된 사안이지만 법규상 EOD 요건이 충족된 건 딜이 종결된 지난달 중순이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CB 보유자가 너도나도 상환권을 행사한 것이다.

CB 발행 당시 공시된 인수자는 미래에셋증권(1400억원)과 미래에셋캐피탈(1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자기자본 투자(고유 투자분, 300억원)와 IB 파트의 총액인수 북(1100억원)으로 나눠 인수했다. 여기서 자기자본 투자를 제외한 1100억원이 인수 직후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 하우스에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한 물량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청구 후 1~2일 뒤 지급받는 방식으로 보유 CB를 모두 상환받았다"며 "EOD 요건을 충족하자마자 운용사마다 상환 청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보유 물량은 처분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셀다운 물량인 1100억원은 이달 모두 지급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번 EOD 발생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이미 파악했을 이슈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국내 주요 그룹사인 만큼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돌발 이슈일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1000억원 대 유출은 자금수지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생산능력 확대 일로, CAPEX 부담…유동성 풍부, FCF 적자 기조

무엇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아직 현금 창출력이 본 궤도에 오른 기업이 아니다. 2차전지 소재(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인 동박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익산과 말레이시아에 연산 4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삼성SDI 8조5000억원 규모, 2030년 12월까지)을 확보한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연산 23만톤으로 확대하는 계획(유럽, 말레이시아 신증설 등)을 갖고 있다. 장치 산업의 고유 특성상 끊임없는 자본적 지출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당분간 대대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탓에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금(약 1조3000억원)을 유치해놓기도 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294억원, 84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6%, 21% 늘어난 호실적이다. 하지만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향후 생산능력을 폭발적으로 늘려야 하는 성장 흐름이 반영돼 있다.

조정영업현금흐름(OCF)은 2021년과 2022년 모두 300억원 가량인 반면 CAPEX 규모는 약 2100억원에서 2900억원 안팎으로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기업이 매년 확보하는 유동성 여력을 나타내는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경우 마이너스(-)1800억원 가량에서 -26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9300억원에 가까워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들 재원은 이미 투입처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데다 당분간 대대적 CAPEX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미 FCF의 마이너스 흐름이 큰 폭으로 커진 여건에서 1000억원 대의 자금 유출은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2021년 CB 발행에 나선 건 단연 보통주 전환을 통해 자금 유출을 최소화하려던 시도였다"며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자금수지가 빠듯한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EOD 발생으로 상환 청구로 마무리됐고 올해는 고금리 기조에 따라 조달 비용이 확대된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비율을 비롯한 재무지표상 리스크는 제한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이번 CB가 이미 차입금으로 계상돼 있기에 상환에 따른 현금 유출은 빚부담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회계 처리된다. 전환상환우선주(RCPS)처럼 자본으로 인식돼 있다가 곤경에 처하는 이벤트는 아닌 셈이다.

◇롯데케미칼, 인수후 신용등급 '부정적' 꼬리표…모회사 자금사정 '글쎄'

롯데케미칼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여파에 따라 신용등급(AA+) 전망에 부정적(Negatigve) 꼬리표가 붙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본래 우수한 현금 창출력과 재무 구조를 유지해온 그룹의 대표적 알짜 계열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 이후 업황이 뚜렷하게 저하되면서 자체 현금 창출 규모가 축소됐다. 그럼에도 설비투자가 꾸준히 집행된 탓에 지난해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이 약 2조40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2021년 말보다 3조원 이상 껑충 뛴 수치다.

무엇보다 지난해 4분기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출자, 대여 등)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인도네시아 LINE(Lotte Indonesia New Ethylene) 프로젝트 역시 한몫을 했다. 여기에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결정으로 총 2조7000억원의 자금 부담이 발생했다. 롯데에너지의 중장기 자금 계획이 순탄하지 못할 경우 기대야 하는 모회사의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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