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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글로벌·디지털 '험지' 마다않는 '엘리트' 박성호 부회장'친화력·탐구심' 내세워 꽃피운 리더십…외환은행 통합 일등공신 역할도 도맡아

최필우 기자공개 2023-05-08 07:14:54

[편집자주]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는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전혀 다른 회사가 된다. CEO를 보좌해 그룹을 움직이는 '키맨' 진용이 대부분 물갈이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취임 후 1년이 다 돼서야 CEO색깔의 첫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 인사들의 이력과 새로 부여받은 역할을 보면 하나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더벨은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 하나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7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성호 하나금융 부회장은 경력 초반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4년 만에 졸업하고 23살에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현직 고위 임원 중 한국투금 시절을 경험한 인물은 박 부회장 정도다. 그는 영업력을 인정 받아 37살에 지점장이 됐고 40대가 되기 전에 감찰실 실장에 취임한다.

탄탄대로가 예상됐지만 탁월한 역량을 입증한 그에게 더이상 무난한 업무는 주어지지 않았다. 험지로 분류되던 인도네시아 법인과 하나아이앤에스(현 하나금융TI)를 맡아 그룹 글로벌, 디지털 해결사 노릇을 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친화력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탐구심이 험지에서 꽃을 피우고 차기 회장 후보 반열에 오른 비결이다.

◇고객·임직원 마음 사로잡는 '덕장', 그룹 중대사 '선봉' 맹활약

박 부회장은 2009년 경력에서 가장 도전적인 업무를 맡았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PT Bank Hana) 부행장으로 취임했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을 글로벌 진출 전초 기지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법인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었던 터라 현지 발령은 험지 부임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법인 근무를 고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 고객을 만나볼 기회로 여겼다. 그는 3년간 현지인처럼 콧수염을 기르고 전통 의상을 착용했다. 고객들의 마음을 얻어 현지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그가 초석을 놓은 덕에 현지 법인은 외환은행과 합병 후 30위권 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2019년엔 은행장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에 복귀했다. 부행장 시절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디지털 역량을 강화했다. 지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현지 은행과 경쟁이 쉽지 않았고 인도네시아가 모바일 인프라를 잘 갖춘 점을 고려했다. 2021년 하나은행장이 된 뒤에도 네이버 라인과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를 합작해 디지털화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사업에 디지털을 가미하는 데 하나금융TI 대표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 하나금융TI는 그룹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는 계열사다. 박 부회장이 대표에 취임한 2015년 12월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3개월 후다. 당시 양행 전산은 통합되지 않아 마무리 작업이 필요했다. 성공해도 티가 나지 않고 문제 발생시엔 큰 책임을 져야하는 업무였다.

박 부회장은 취임 이듬해 6월 양행 전산 통합을 무난히 마쳤다. 전산 통합 후 2년 더 하나금융TI를 이끌면서 기업 체질을 바꿔 놓았다. IT 인력이 주축이 되는 하나금융TI에 금융 DNA를 심으려 노력했다. 임직원들에게 그룹 디지털화를 선도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줬다. 실무자와 소통을 위해 코딩을 배워 수준급 실력을 갖춘 건 유명한 일화다.

하나금융TI 관계자는 "하나금융TI는 박성호 대표 취임 후 조직 문화가 개선되고 그룹 통합데이터센터 구축을 전담하게 돼 그룹 내 위상이 달라졌다"며 "박 부회장은 권위적이지 않고 친화력이 좋아 같이 일하는 임직원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따르게 하는 리더십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 중대사에도 선봉을 맡았다. 2014년 외환은행 통합 지연에 책임을 지고 통합추진단 임원들이 전원 사퇴하자 박 부회장이 통합추진단장을 맡아 합병을 마무리했다. 이후 하나금융TI 대표로 전산 시스템까지 책임졌으니 통합 1등 공신인 셈이다. 라임 사모펀드 사태 직후였던 2020년 7월에는 자산관리그룹장에 취임해 조직을 정비했다.

◇회장 후보 숏리스트 '단골 손님', 신사업 성과가 재도전 관건

박 부회장은 이미 두 차례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포함되며 차기 리더로 입지를 굳혔다. 2021년에는 김정태 전 회장에게, 2022년에는 함영주 회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다만 박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김 전 회장(1952년생)보다 12살, 함 회장(1956년생)보다 8살 어려 당시에도 차기 회장으로 더 유력한 후보였다.

지난해 말 트로이카 체제로 재편된 부회장단에 합류하면서 박 부회장의 차기 회장 도전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그는 그룹전략부문(CSO), 그룹디지털부문(CDO), 그룹미래성장전략부문(CGO)을 총괄한다. 디지털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하나은행장에서 물러나 디지털 담당 부회장이 되면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은형 부회장이 맡고 있는 그룹글로벌부문이나 강성묵 부회장이 관리하는 영업 관련 부문에 비해 주목도가 낮기 때문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법인과 하나금융TI를 이끌었을 때처럼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현직 하나은행장들을 놓고 볼때 함영주 회장이 영업통, 이승열 행장이 재무통이라면 박성호 부회장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전략가 스타일"이라며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으로 신사업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만큼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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